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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방미 기간 중 면담한 미국 국무부 인사가 당초 알려진 ‘차관보’가 아닌 차관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의 서면 질의에 “국민의힘 방문단의 요청에 따라 장 대표와 대표단이 개빈 왁스(Gavin Wax) 공공외교 담당 차관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왁스 비서실장은 면담에서 미국의 공공외교 정책과 관련한 주요 노력들을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무부는 “이번 만남은 미국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증진하고 대표하기 위해 다양한 대화 상대들과 접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왁스는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비서실장으로 전략 자문과 사무실 운영을 총괄하며 글로벌 공공외교 정책 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인 30대 정치인으로 국무부에 들어오기 전에는 보수청년단체의 대표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차관 비서실장은 직함 자체가 차관보인 다른 인사들과 달리 의회의 인준이 필요 없는 임명직이라는 점에서 한국 야당 대표가 정체를 숨길 만큼 중요한 인물인지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국무부 인사와 면담한 사실을 공개하며 해당 인사를 ‘국무부 차관보’라고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인물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사진 역시 상대 인사의 뒷모습만 담겨 있어 실제 면담 대상에 대한 추측이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또는 대외협력 담당 차관보 등 고위 인사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등 논란이 점증했습니다. 이에 일부 한국 언론이 국무부에 직접 이메일 등을 통해 확인을 한 결과 차관보가 아닌 차관의 비서실장인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장 대표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8박 10일 일정을 소화했으며 당초 일정보다 체류를 연장해 해당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번 국무부 확인으로 실제 면담 상대의 직급과 성격이 당초 설명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장 대표가 귀국행 비행기를 늦춘 것도 이 ‘차관보’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11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던 장 대표는 당초 16일 귀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방미 일정을 사흘 연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행했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귀국 일정을 놓고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가 연기를 선언하면서 이 ‘차관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미 국무부 쪽 연락을 받고 일정을 늘렸다며 16일 ‘국무부 차관보와 면담한 사진’ 등을 추가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는 해당 인사의 뒷모습만 담겨 궁금증이 증폭됐습니다. 통상 외교 관례상 만남을 비공개로 할 경우 사진 노출도 하지 않는데 만남은 알리면서도 그 인물을 드러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다’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장 대표가 방미 성과가 하나도 없다는 질타를 의식해 억지로 국무부 인사를 내세워 ‘실적’을 올리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장 대표의 무리수가 더 큰 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20일 귀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인사가 누구인지 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공개를 전제로 현안 브리핑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외교 관례상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의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야당 대표가 개인 일정도 아니고 당 차원의 공식 행사에서 만난 사람을 비공개로 하다가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무경험이 많은 보수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당 대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두고 사실관계를 흐리거나 축소해 설명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 앞에 모든 경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장 대표가 만난 인물이 국무부 차관보가 아닌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비서실장이라는 이 기사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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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대한민국 야당 대표가 애걸복걸 하다시피 해 만난 인물이라고 공개하긴 너무 낯부끄러워 공개 못한 것”이라며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은 더 이상 당원들과 보수 정치를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결자해지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의 ‘이례적인’ 빠른 답변을 두고도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습니다. JTBC에 따르면 “팩트체크팀이 메일로 질의한 지 하루가 좀 지나서 시차를 고려하면 빠른 답변”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장동혁 대표의 비공개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해준다면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비공개 인사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장 대표가 거짓말 한 것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서의 관계자는 “야당 대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국무부가 답변을 늦추거나 얼버무릴 수도 있는데 굳이 대상자를 특정하며 손절한 것은 장 대표가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정부의 대북, 외교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미국이 장동혁 대표에 대한 리더십이나 말을 불신하는 것이 드러난 것 같다. 당 대표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례적으로 빨리 공개해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려고 했을 수도 있다”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가 한국 국민들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예상보다 빨리 상황을 차단한 것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치권에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방미 성과는 둘째 치고 만난 인사들마저 거짓말을 해야 할 만큼 장 대표의 현재 판단력이 흐려져 있거나 여전히 야당의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장 대표의 퇴진을 앞당기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거짓말 해프닝은 만남의 급이 아니라 그 급을 숨기고 부풀린 장 대표의 미숙한 정치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거짓말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직 윤리이자 신뢰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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