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4 승리를 거두며 연패를 끊었다. 페라자, 노시환, 문현빈이 차례로 홈런을 터뜨린 이날 경기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동안 조각나 있던 타선이 하나로 맞물리며 ‘완전체 화력’의 윤곽을 드러낸 경기였다.
무엇보다 중심에는 노시환이 있었다.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2군 조정까지 거쳤던 그는 복귀전에서 곧바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김경문 감독의 신뢰에 응답했다. 4회 함덕주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긴 동점 솔로포. 시즌 첫 홈런이자 64타석 만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베이스를 도는 그의 표정에는 해방감과 함께 묵직한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날 노시환은 홈런 포함 2안타 1볼넷으로 타선의 중심을 확실히 잡았다. 11년 307억 원이라는 상징적인 계약 이후 이어졌던 부담을 털어내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한화가 기다려온 ‘4번의 복귀’였다.
타선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페라자가 추격의 포문을 열었고, 문현빈이 쐐기를 박으며 장타력이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여기에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역할을 수행한 이원석의 존재도 눈에 띄었다. 이원석은 결정적인 장타 없이도 타석마다 끈질긴 승부와 정확한 컨택으로 흐름을 끊지 않았다. 특히 주자 있는 상황에서의 침착한 타격은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단순한 백업을 넘어 ‘계산 가능한 카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마운드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과감함이 돋보였다. 선발 황준서가 흔들리자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김서현을 시작으로 조동욱, 박상원, 정우주, 이민우, 김종수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투입으로 LG 타선을 묶었다. 8회에는 마무리 잭 쿠싱까지 조기 등판시키며 승리를 굳혔다. 총력전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낸 점은 팀 전체에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시선은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으로 향한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한화의 흐름이 확연히 살아났다. 노시환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페라자, 강백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어느 한 명도 쉽게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황영묵의 출루 능력과 이원석의 연결 플레이가 더해지며 공격 루트는 한층 다양해졌다.
관건은 마운드 운영이다. LG전에서 불펜을 대거 소모한 만큼 선발진이 얼마나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느냐가 승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또한 수비 집중력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초반 실책성 플레이처럼 흐름을 넘겨줄 수 있는 장면은 NC처럼 집중력이 높은 팀을 상대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하다. 중심 타자의 부활, 보조 전력의 성장, 과감한 벤치 운영까지 팀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동시에 맞물리기 시작했다. 노시환의 홈런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화 시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NC전 결과에 따라 한화는 ‘반짝 반등’이 아닌,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