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조 퇴직연금 대이동…‘잠자는 돈’ 깨우면 은퇴 계급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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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조 퇴직연금 대이동…‘잠자는 돈’ 깨우면 은퇴 계급이 바뀐다

직썰 2026-04-24 08:30: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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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이 431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자산 대양을 형성했으나,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노후의 질을 둘러싼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제미나이·안중열 기자]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이 431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자산 대양을 형성했으나,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노후의 질을 둘러싼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제미나이·안중열 기자]

[직썰 / 안중열 기자]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이 431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자산 대양을 형성했으나,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노후의 질을 둘러싼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인 자산이 물가 상승률조차 방어하지 못하는 사이, 적극적인 운용에 나선 이들과의 자산 격차는 회복 불능 수준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제 퇴직연금은 단순한 저축 수단이 아니라, 치열한 운용 전략이 맞붙는 ‘자본 전쟁터’로 탈바꿈했다.

◇“옆자리 김 과장은 웃는데”…방치가 부른 ‘은퇴 쇼크’

서울 여의도 IT 기업의 강모(41) 팀장은 최근 퇴직연금 잔액을 확인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5년간 원금 사수를 고집하며 확정기여형(DC) 계좌를 정기예금에만 넣어둔 결과, 누적 수익률이 10% 내외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점심시간에 만난 동기는 미국 빅테크 상장지수펀드(ETF)에 자산 70%를 배분해 최근 1년 만에 20%가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강 팀장은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은퇴 시점에는 동기와 자산 규모가 수억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며 “안전하다고 믿은 ‘방치’가 사실은 내 노후를 가장 확실하게 망치는 길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45) 차장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차장은 최근 3년간 반도체와 배당 성장주 ETF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했다. 그는 “과거에는 퇴직연금을 ‘나중에 탈 쌈짓돈’ 정도로 여겼지만, 지금은 매일 수익률을 체크하며 관리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적극적 운용 덕분에 예금에만 넣어뒀을 때보다 자산 성장 속도가 세 배 이상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431조 거대 자본의 역습…‘예금 안주’ 버리고 실적 배당으로

24일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15조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1분기 431조7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입자 수도 약 700만명을 넘어서며 가계 자산의 중추로 우뚝 섰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수익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 잔액은 45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연 3%대 초반에 머무는 예금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보수가 저렴한 ETF로 자금을 옮기는 이른바 ‘연금 머니무브’가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스마트 개미’의 부상으로 규정한다. 대형 증권사 한 연금전략본부장은 “과거에는 퇴직연금을 손대면 안 되는 원금 보전용 자산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수익률 1%포인트 차이가 은퇴 후 10년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며 “상담 문의의 80% 이상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실적 배당형으로 교환하려는 고객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위험자산 70% 룰’의 역발상…채권혼합형 ETF가 승부처

현행법상 퇴직연금 계좌(DC·IRP)는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최대 70%로 제한한다. 투자자들은 이 제약 속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고자 치밀한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식 비중을 한도까지 채우고, 남은 30%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혼합형 ETF’(주식 비중 40% 미만 상품 등)로 채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주식 노출도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공격적인 성향을 유지한다.

대형 은행 연금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가입자들은 단순히 위험을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초과 수익을 노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타겟데이트펀드(TDF)를 통해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을 자동화하거나, 월배당형 ETF로 제2의 월급을 설계하는 전략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고물가 시대의 필연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저금리 예금에 자금을 묶어두는 것은 실질 구매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마이너스 투자’나 다름없다”며 “결국 연금 운용 성과가 은퇴 후 개인의 사회적 계급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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