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병원에서 보호자 같이 오라는데…1인 가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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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병원에서 보호자 같이 오라는데…1인 가구는 어떻게?

연합뉴스 2026-04-24 08:02:43 신고

3줄요약

의료법상 성인은 별도 보호자 불필요…"의식 있다면 수술 동의도 직접"

현실에선 보호자 동행 요구 빈번…"대부분 병원이 임의 요구"

"시대 변화 따라 보호자 개념 등 바뀔 필요" 주장도

서울 시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서울 시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1인 가구나 혼자인 분들은 어떻게 병원 치료 받으시나요?"(네이버 카페 글)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웃도는 가운데 병원 진료 등으로 보호자가 필요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1인 가구가 병원 보호자를 구하는 방법에 관한 질문 글이 종종 올라온다. 당근 등 구인 플랫폼에 병원 동행자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등을 받을 때 반드시 보호자가 있어야 병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관련 규정 등을 확인해봤다.

당근에 올라온 수면내시경 동행자 구인 공고 당근에 올라온 수면내시경 동행자 구인 공고

[당근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의료법상 성인은 별도 보호자 불필요…"수술 동의서 직접 서명하면 돼"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의 법정대리인에게 같은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인은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닌 한 법정대리인이 없다. 그러므로 의사 결정 능력이 있다면 수술 동의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하면 된다.

이밖에 병원 진료 때 보호자 동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이나 정부 지침은 없다고 보건복지부측은 설명했다.

주요 대형 병원들도 같은 입장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보호자가 동행하도록 안내하지만 법적으로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다"면서 "수술이라고 해도 본인이 의식이 있다면 수술 동의서도 직접 서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수술 동의서 등에 보호자 서명을 요구하지 않으며, 보호자 동반 내부 지침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명을 밝히기 거부한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대보증의 개념으로 환자가 의료비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대리 납부한다는 의미에서 보호자의 서명을 요구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수술 같은 경우는 보호자 서명을 받고 다른 병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시의 병원 동행 서비스 삼척시의 병원 동행 서비스

[삼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의식 없는 경우 보호자 필요…응급상황엔 치료 조치 먼저

본인 의식이 없는 경우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의료법상으로는 법정대리인이 필요하지만,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계 존속·비속이나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 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복수의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리 처방이 가능한 사람이면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환자 의식이 없고, 보호자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긴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관련법에 따라 병원이 우선 응급 의료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4조의2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지만 '설명 등 동의 절차로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는 그러지 아니하다'는 내용도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2항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종합하면 의식이 있다면 보호자가 아닌 환자 본인이 직접 수술에 동의하면 되고, 의식이 없는 경우도 위급한 상황이면 일단 병원이 보호자가 없어도 응급 의료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종합병원 관계자는 "무연고자라도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일단 수술부터 진행하고 주민센터에 신고해 가족을 찾는 수순을 밟는다"면서 "결과적으로 가족이 없어 병원이 고스란히 수술비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세브란스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현실에서는 보호자 대동 요구 빈발…"2차 사고 예방 차원"

그러나 현실에선 병원이 보호자 대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도 병원이 보호자에게 수술 동의서 서명을 요구했다거나 수술 당일 보호자의 동행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임의로 요구하는 것"이라며 "병원 입장에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수술 정도에 따라 보호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그런 정도가 아닌데도 요식적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각한 수술이 아닌 단순한 검진이나 진료의 경우도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진정제를 사용하는 수면 내시경 검사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구인 플랫폼에서 병원 동행자를 찾는 경우도 이런 내시경 검사를 위한 경우가 다수다.

서울아산병원은 홈페이지의 수면 내시경 검사 정보 글에서 '회복 후 보호자와 동행해 퇴실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비(非) 진정검사라도 노약자(미성년자·65세 이상)나 신체 허약자는 보호자와 반드시 동행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병원들은 법정 의무는 아니지만 혼자 귀가하는 과정에서 2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건강검진 전문 병원은 "젊은 분들은 혼자 와서 서명하고 받아도 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위험한 경우가 있어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병원 관계자들도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의사 판단을 대신해줄 사람이 아니라,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친구나 지인, 개인 간병인 등과 함께 해도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안내 경기도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안내

[경기도청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지자체, 보호자 없는 1인 가구 위한 병원 동행 서비스 제공

지방자치단체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호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1인 가구의 병원 진료, 치료, 입·퇴원, 재활, 검진 등 전 과정을 동행해주는 '건강동행'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시간당 이용료는 5천원(5월부터 6천원으로 인상 예정)에 중위소득 100% 이하는 연 48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22년부터 4년간 이용 건수가 7만건에 이른다.

서울시 1인가구지원과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층 중 60대 이상이 80%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경기도, 부산, 인천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원할 때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2015년 환자가 일반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가 상주하거나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도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이 간병을 포함한 입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기관은 820곳 규모다. 병동 수는 2천42곳, 병상수는 8만7천734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보호자가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 1인 가구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1인가구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안내 서울시 1인가구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안내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지자체의 서비스는 수술 상황에서 보호자 역할은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 변화에 맞춰 보호자의 범위를 재정립하거나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병원 관행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24년 기준 36.1%에 이른다.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비친족가구도 2024년 기준 58만가구로, 2015년 대비 171%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2021년 수술 전 동의 대상 보호자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지자체의 병원 동행 서비스 도입에 관여한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법에 따라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 동의만으로 처리가 돼야 하는데 병원들이 법을 과잉 해석하면서 이런 불편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환자는 약자 입장이기 때문에 병원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이같은 병원의 과잉 요구에 대해 지침을 제시하거나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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