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24일 10시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유례없는 변동성과 마주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혜의 장이 마련됐다. 산업‧금융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모여 3고(고물가‧고유가‧고환율) 등의 거대한 파고를 헤쳐 나갈 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댔다.
딜사이트경제TV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복합 위기의 시대:기업 생존과 성장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규창 딜사이트경제TV 대표의 인사말로 포문을 연 이날 포럼에는 140여명의 산업‧금융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해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할 해법을 강구했다. 연사로는 ▲최성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연구원 ▲서상현 고려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현대 경제는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이 겹친 이른바 3고(高)와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자금시장 불안이 맞물리며 전례 없는 복합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여기에 국내 상법 개정 논의까지 더해지며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의사결정 체계 또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을 넘어 기업의 생존 방식과 성장 전략 자체를 재정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이제 기업은 단순히 성장 전략을 고민하는 것을 넘어 생존 전략과 체질 개선,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모시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전략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최성종 NH투자증권 FICC 연구원은 하반기 최대 변수로 ‘산업 간 양극화’를 지목됐다. 최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을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산업의 증가율은 사실상 0%에 가깝다”며 “실적 모멘텀이 견조한 반도체와 달리 기타 업종은 펀더멘탈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양극화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차이로 직결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 레벨이 높아지면서 우량 기업이 아닌 비우호적 업황 기업들은 공모 시장에서 밀려나 단기 자금 시장(CP)이나 은행 대출로 향하고 있다”며 “국고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어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자금 조달의 아랫단에 위치한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서상현 고려대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은 유례없는 위기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재고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공급망과 원자재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재고 여유분을 미리 비축해 두는 ‘JIC(재고비축)’를 맞춤 전략으로 꼽았다. 서 연구위원은 “이제 기업들은 효율이 아니라 회복력에 집중해야 한다”며 “JIT(적기생산) 보다는 JIC으로의 근본적 전환이 필수인 시대가 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일본 도요타에 의해 정립된 JIT는 낭비를 줄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린(Lean) 제조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외부 변수에는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재고 여유분이 없어 원재료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납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주도 아래 위기를 경쟁 우위로 전환할 수 있는 ‘안티-프레질(Anti-fragile)’ 공급망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상법 개정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오랜 기간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환경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오 대표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취약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초고령화, 저출산 등 저성장 구조 등을 지목하며 “특히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과 소수주주 권익 침해, 이사회의 견제 기능 약화 등이 자본시장 저평가를 고착화시켜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주 중심 자본주의 강화에 따른 부작용도 표명했다. 배당 등 분배에 대한 요구가 과도해질 경우 기업의 투자와 성장 여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오 대표는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가 바람직하지만 그 중심에는 특정 주주가 아니라 회사 자체가 있어야 한다”며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이 삼각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장은 생산적금융을 통해 첨단산업과 지역 산업으로 자금 흐름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부동산 등 비생산 부문에 머물던 자금을 기업의 생산, 투자, 연구개발로 흐르게 하는 것을 생산적금융으로 정의하며 “핵심 대상은 첨단 전략산업, 비수도권 지역 산업, 중소·벤처 혁신기업이며,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 등 첨단산업에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 재편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응의 문제”라며 “전통 산업의 체질 개선과 첨단산업 육성, 지역 산업 활성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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