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21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신갈연수원의 대한항공 배구단 숙소는 훈련 소리 대신 적막만이 감돌았다. 대한항공 선수단이 지난 10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대부분 국내외로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41)는 홀로 오전 일찍 웨이트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훈련 직후 본지와 만난 한선수는 "예전엔 아픈 데가 없다 보니 비시즌에 푹 쉬다가 소집하면 다시 훈련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무릎 상태도 좋지 않다. 근육이 빠지면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며 "조금씩 시간을 내서 해야 할 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한선수는 최근 프로배구 진에어 2025-2026 V리그 시상식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다. 1985년 12월 16일생인 그는 40대에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3년 전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선수는 '40대 MVP' 타이틀에 대해 "기록을 생각하고 시즌을 치르지는 않는다. 우승이 최우선 목표였고, 그만큼 간절했다. 상은 우승 후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했다"라면서도 "어쨌든 모두가 이 나이엔 기량이 떨어질 것이라 여겼고, 저는 어떻게든 버티고 이겨내려 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주장직 내려놓고 헤난 감독과 절치부심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프로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항공 왕조'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 시즌엔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 3연패로 탈락하며 무관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당시를 떠올린 한선수는 "개인적으로는 경기를 많이 못 뛰기도 했고, 팀 분위기도 어수선해서 '한 시즌을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절치부심한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직후 2가지 큰 변화를 줬다. 지난 10년 동안 주장을 맡았던 한선수가 완장을 반납했고,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출신인 헤난 달 조토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한선수는 주장 교체에 대해 "개인적으론 주장을 1년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어쨌든 모든 걸 바꾸는 상황에서 주장도 변화를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구단과 논의 후 고민 끝에 주장직을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헤난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처음 왔을 때 '전 세계 통틀어 한국처럼 이렇게 한 시즌에 경기가 많은 리그는 없다. 그래서 한 시즌을 버틸 체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훈련이 무조건 돼야 한다'고 하셨다"며 "감독님은 연습 때도 실전처럼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 감독님만 믿고 열심히 따라갔다. 1주일에 4번은 빠짐없이 웨이트하고, 볼 운동도 병행했다. 물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로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단의 끈끈함이 생겼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MVP' 한선수가 버틴 대한항공은 올 시즌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프전 우승으로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한선수는 "지난해 놓쳤던 우승 트로피를 다시 찾아와 기분 좋다"며 "'다시 우승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들어간 시즌이었다. 우승해서 다행이다"라고 언급했다.
▲다음 목표는 7번째 우승
2007년 프로에 데뷔한 한선수는 20년 가까이 대한항공의 원클럽맨으로 롱런하고 있다. 한선수는 자신의 가치관으로 "핑계 대지 않는 것"을 강조한 후 "핑계는 하나 생기면 순식간에 2~3개로 늘어난다. 나이가 많고, 힘들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기량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혹은 더 많이 훈련하려고 했다. 그 덕을 이번 시즌에 본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선수는 매년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면서도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는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결국 본인이 심리적으로 만드는 거라 생각한다"며 "저는 굳이 왜 만들어야 할까 싶어서 특별한 루틴은 없다"고 말했다. 식습관에 대해서도 "야식이나 군것질은 하지 않지만, 잘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단백질 위주로 많이 먹는다"고 덧붙였다.
세 자매의 아빠인 한선수는 비시즌 막내의 유치원 등·하원을 돕고, 스위스와 일본 등으로 가족 해외여행을 떠난다. 취미인 낚시를 2년간 참을 정도로 가정에 충실히 한다. 그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어서 배구 외적으로는 퍼져 있는데,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며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스위스에 가서 좋은 추억을 남겼다. 언젠가 셋째를 데리고 스위스에 가보려 한다"고 했다.
베테랑 한선수는 "세터 김관우의 부모님이 저보다 한 살 어리다. 그걸 보면서 시간이 흐른 걸 느낀다"면서 "어쨌든 제 자리에서 제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생각해 보면 우승하고 싶어도 못 하는 팀들이나 선수가 훨씬 많다. 저도 첫 우승에 10년이 걸렸다. 대한항공에 온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한선수는 신인 시절과 지금의 V리그를 비교하면 “공인구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2023년부터) 국제대회에서 쓰는 미카사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모든 팀이 좀 더 공격적인 배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전엔 경기에 지면 팬들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버스에 탔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예전부터 그래야 했다. 후배들도 좀 더 프로다운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선수는 2024년 3년 최대 32억4000만원에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다. 다음 시즌도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다. 그는 "지금까지 6개의 별을 땄는데, 내년 계약이 끝날 때 7번째 별을 따는 게 목표”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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