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이 합리적인 협의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언론 기사문에서 어떤 화자의 이런 언급을 찾았다. 합리적으로 교섭하자거나 협의하길 바란다고 하면 될 일인데, 왜 저런 식으로 말하는지 알 길이 없다. 교섭(交涉)이라. 어떤 일을 이루려고 서로 의논하고 절충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교섭하려면 알기 쉽게 대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러 모호한 화법을 쓰는 전략이 아니라면 말이다.
교섭과 결이 같은 협상(協商).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려고 여럿이 서로 의논함을 뜻한다. 교섭처럼 협상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당사자들뿐이랴. 교섭이나 협상(이하 협상으로 통일) 상황을 밖으로 옮기는 전달자들과 관전자들 간 의사소통 역시 중요하다. 전달자들이 '아'라 여기고 전한 것을 관전자들이 '어'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잖나. 적절한 단어를 골라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전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최근 무산된 바 있다. 무산(霧散)의 무는 '안개 무'로 읽는 한자다. 안개처럼 걷히듯 흩어져 없어지거나 그렇게 흐지부지 취소된다는 뜻이다. 협상 무산은 곧 예정된 협상의 취소다. 협상 자리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만일 마주 앉긴 했는데, 합의를 못 본 채 헤어졌다면 협상 결렬이나 타결 불발이다. 합의 무산이라고도 하는 경우를 보지만 무산의 뜻풀이로 미뤄 합의 무산보다 합의 불발이 선명한 표현이다.
협상 관련 표현에선 맞춤한 서술어 사용도 중요하다. 만약 이런 문장이 뉴스로 전해진다면 지구촌 시민들의 반응이 어떨까. '미국과 이란이 종전하기로 했다, 종전 협상을 타결했다, 종전 방안에 합의했다, 종전하는 데 합의했다, 종전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종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종전 협정에 서명키로 했다.' 협상은 하거나 벌인다는 서술어가 걸맞다. 협상에서 의사소통 말고 또 뭐가 열쇠일까. 신뢰다. 결코 믿지 못할 상대이겠으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믿어야만 하는 것도 또 그 상대다. 역설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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