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지원자 번호로 사적 연락한 면접위원…법원이 처벌 못 한다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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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지원자 번호로 사적 연락한 면접위원…법원이 처벌 못 한다고 한 이유

위키트리 2026-04-24 05: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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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채용 면접에서 알게 된 응시자 전화번호로 사적 연락을 한 면접위원에게, 개인정보보호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2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한 소방서 공무직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응시자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고, 면접이 끝난 뒤 해당 번호로 사적 연락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면접 이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면접이 인상적이었다”며 “유튜브를 제작해야 하는데 만나서 알려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절차를 위해 제공된 개인정보를 면접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1·2심은 유죄 판단…대법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은 양벌규정 적용 대상 아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A 씨를 개인정보보호법상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등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실제 행위자뿐 아니라 그가 속한 법인이나 개인까지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조직 차원의 관리 책임을 묻기 위한 취지로,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위반 행위에 대해 처벌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74조 2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등이 업무와 관련해 위반행위를 할 경우 행위자 외에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소방서를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보고, 면접위원이던 A 씨를 그 소속 ‘사용인’으로 판단해 양벌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소방서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소속 기관으로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법인 또는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법인격이 없는 공공기관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처벌 범위를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은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없고, 그 소속 행위자인 A 씨 역시 같은 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법인과 공공기관의 법적 지위 차이

법인과 공공기관은 법적 지위에서 차이가 있다. 법인은 법률에 따라 설립돼 독립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되는 조직으로, 자체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고 책임을 지는 ‘법인격’을 가진다. 반면 일부 공공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에 속해 별도의 법인격 없이 운영되며, 독립된 법적 주체로 보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법률에서 적용 대상을 ‘법인’으로 한정한 경우, 법인격이 없는 공공기관은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한 행위 자체와 별개로 처벌 규정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공공기관의 법적 지위에 따라 같은 행위라도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유사 사건에서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채용 과정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수집 목적 범위 내에서만 정보를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 특히 채용 면접처럼 지원자의 연락처와 이력 등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목적 외 이용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실제 사례에서도 면접관이나 채용 담당자가 응시자의 연락처를 이용해 사적으로 연락한 경우,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돼 형사처벌이나 징계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개인정보를 본래 수집 목적과 다르게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고, 공공기관이나 기업 내부 규정에 따라 별도의 징계 조치가 병행되기도 한다.

다만 이번 사건은 행위의 위법성 여부와 별개로, 적용 가능한 처벌 규정의 범위가 문제 된 경우다. 대법원은 소방서가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개인정보보호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행위 자체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현행 법 문언상 처벌 근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채용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정당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는 어렵다. 다만 같은 행위라도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한 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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