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재현·송수원 인턴기자】스마트폰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가 됐다. 연락도, 정보도, 관계도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는 이어지기 어려운 시대다.그러나 편의가 통제를 넘어서는 순간, 사용은 곧 의존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은 이 지점에서 다시 소환된다.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 스스로 균형을 지켜내는 능력. 결국 스마트폰의 문제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그 거리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바깥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유지하고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5명 중 1명 이상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이용 조절력이 떨어지고 일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태로, △조절 실패 △현저성 △문제적 결과 등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조사 결과 2025년 전체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22년 23.6%에서 2024년 22.9%, 2025년 22.7%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이후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만 3~69세 국민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를 분석해 과의존 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국 17개 시도 1만 가구를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령대별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청소년(만 10~19세) 43.0%, 성인 청년층(만 20~39세) 29.5%, 유아동(만 3~9세) 26.0%, 성인 중년층(40~59세) 16.6%, 60대 11.5% 순으로 세대 간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유아동, 청소년, 성인 청년층은 전년 대비 각각 0.1%p, 0.4%p, 0.1%p 상승한 반면, 성인 중년층, 60대는 각각 0.1%p, 0.4%p 감소했다.
스마트폰은 소통, 정보 탐색, 여가 활동까지 아우르는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모든 활동이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생활 방식 속에서 사용 빈도와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청소년과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증가세는 짧은 동영상(숏폼) 콘텐츠 확산과 이용 온라인 체제 기반(플랫폼)의 다양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 등 디지털 이용 환경변화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 분석 결과, 유아동에서는 남아와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집단, 맞벌이 가정에서 과의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28.1%로 여아(23.9%)보다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6~9세가 27.3%로 3~5세(24.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맞벌이 가정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8.1%로, 외벌이 가정(21.8%)보다 6.3%p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 학령별 분석에서는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남성 청소년(46.%)이 여성 청소년(39.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령별로는 중학생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47.6%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 41.5%, 대학생 36.5%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아동은 26.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고위험군은 고등학생이 6.1%로 가장 높았다.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45.5%의 청소년이 과의존위험군으로, 외벌이 가정(33.8%)보다 과의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층에서는 남성이거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스마트폰 과의존에 더 취약한 경향이 나타났다. 성인 남성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6%로 여성(22.0%)보다 소폭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34.3%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30대 25.3%, 40대 18.5%, 50대 14.8% 순으로 나타나 연령이 낮을수록 과의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60대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남성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11.8%로 여성(11.2%)보다 높았고, 직업이 있는 경우(12.5%)가 무직인 경우(9.0%)보다 과의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콘텐츠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과의존 위험군은 영화·TV·동영상, 메신저, SNS를 주로 이용하는 반면, 일반 사용자군은 메신저, 영화·TV·동영상, 음악을 중심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과의존 위험군은 영화·TV·동영상(17.3%), 메신저(12.1%), SNS(12.0%), 게임(11.7%), 생성형 AI 서비스(9.7%) 순으로 나타났고, 일반 사용자군은 영화·TV·동영상(18.5%), 메신저(14.8%), SNS(9.2%), 생성형 AI 서비스(9.2%), 뉴스 보기(7.7%) 순으로 집계됐다. 과의존 위험군의 경우 게임 이용 증가 폭이 일반 사용자군보다 5.8%포인트 높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의존 위험군은 일반 사용자군보다 숏폼 콘텐츠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의존 위험군의 숏폼 플랫폼 이용률은 95.4%로 일반 사용자군(90.6%)보다 높았다. 전체 이용자 기준으로는 숏폼 콘텐츠 비중이 ‘25~50% 미만’(48.6%)에 가장 많이 분포해 중간 수준의 이용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과의존 위험군은 ‘50~75% 미만’(31.1%)과 ‘75% 이상’(7%) 비율이 일반군(각각 20.9%, 2%)보다 크게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일반 사용자군은 ‘0~25% 미만’(28.1%)과 ‘25~50% 미만’(49%) 구간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숏폼 콘텐츠의 비중이 낮았다. 과의존 위험군일수록 숏폼 콘텐츠 소비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짧고 반복적인 콘텐츠 소비 구조가 과의존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구조는 알고리즘과 결합되며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자의 50.7%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유사한 숏폼을 반복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과의존 위험군에서는 이 비율이 65.9%로 일반 사용자군(45.9%)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는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특정 콘텐츠 소비 패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스마트폰 과의존은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플랫폼 구조와 추천 시스템의 영향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폐해에 관한 심층문항에서 ‘일반사용자군’ 과 ‘과의존위험군’ 사이에 차이가 도드라졌다.
먼저 신체 건강에 관해 피곤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과의존위험군은 53.2%가 ‘그렇다+매우 그렇다’로 과반을 넘긴 반면 일반사용자군의 응답은 16.2%에 그쳤다. 과의존위험군 내에서는 잠재적위험군에서는 48.9%가 고위험군에서는 72.7%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피곤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다른 신체 건강에 관한 문항인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손가락, 손목, 목 등이 아프다’ 에도 고위험군은 각각 74.6%, 70.3%로 답했다. 고위험군 10명 중 7명 이상이 스마트폰 사용으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고위험군은 다른 사용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불안하다’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일반사용자군 3.2%, 잠재적위험군 29.5%에 머물렀다. 하지만 고위험군은 63.7%가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사용자군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은 73.2%로 나타나 고위험군 대부분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 문항에서도 차이는 이어졌다. 일반사용자군의 4.7%만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주변 사람과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반면 고위험군에서는 70.4%가 문제를 겪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의존이 신체, 정신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인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의존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과의존위험군은 일반사용자군에 비해 스스로가 의존적이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마트폰에 더 의존적인지를 묻는 문항에 일반사용자군은 35.5%가 의존적이라 답했다. 반면 과의존위험군은 83.1%가 의존적이라 답해 대부분이 스스로를 의존적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의존 해소에 있어 개인이 겪게 되는 장애로는 습관적 사용을 32.1%로 가장 많이 뽑았다. 다음으로 30.6%가 ‘스마트폰 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를 선택했다. 뒤를 이어서 ‘학습 또는 업무상 불가피한 이용’ 18.0% ‘친구 및 지인과의 소통’ 13.7% ‘일상에서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 5.7%로 나타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현민 수석은 “스마트폰 과의존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이용이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이용 조절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라며 “신체적·심리적 건강 이상, 스트레스, 가족·친구·동료와의 갈등, 생산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이용을 대체할 수 있는 운동, 공연 관람 등 여가활동 확대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로 고민하는 개인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마트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스스로 또는 가족 내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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