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서류 아닌 삶을 봐달라”…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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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서류 아닌 삶을 봐달라”…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 열려

투데이신문 2026-04-23 23: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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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진보당 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2일 진보당 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송수원 인턴기자】“6개월 가까이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창작지원금도, 예술인 주택 청약도, 실업급여 연계도 모두 마감됐습니다.”

“수백 편의 웹소설을 연재했지만 장르 문제로 인정받지 못했고, 플랫폼 활동도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프린지 페스티벌 무대에 섰지만,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적에서 제외됐습니다.”

예술활동증명 제도의 현실 앞에서 멈춰선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모였다. 심사 지연과 불명확한 기준,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 방식이 창작 활동은 물론 생계 전반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손솔 의원실]<br>
진보당 손솔 의원이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손솔 의원실]

진보당 손솔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손 의원은 “예술을 행정적 기준에 맞추는 과정에서 오해와 소통 부재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제도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예술활동증명TF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가 현행 심사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특히 81.8%는 긴 심사 기간이 예술 활동과 경제 계획 수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유림(예술활동증명 TF)은 “최근 불인정 사례 190건을 분석한 결과 대안공간·프린지 페스티벌·온라인 플랫폼 등 다변화된 창작 활동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활동 공간과 형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는 거리예술처럼 애초에 증명 방식 자체가 부재한 경우도 있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디지털 계약, 구두 합의, 해외 활동 등 실제 창작 환경과 기존 서류 중심 기준 간 괴리로 인해 증빙이 어려운 사례가 다수 확인됐고, 제출 자료가 형식상의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 “예술 활동 여부 확인 불가” 등 구체성이 부족한 사유로 반려가 이뤄지면서 신청자가 기준을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구조적 모순도 드러났다. 연극·영화 등 협업이 필수적인 장르에서는 이른바 ‘1/n 산정법’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 창작 시 실적을 참여 인원수로 나누는 현행 기준 탓에 수십 년 경력의 예술인조차 기준 미달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협업이 일반화된 창작 환경을 고려할 때,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평가에서 불리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진보당 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현장 모습. [사진제공=손솔 의원실] <br>
지난 22일 진보당 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현장 모습. [사진제공=손솔 의원실] 

불인정 이후 이의제기 절차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불인정 판정을 받은 이들 190명 중 이의제기를 시도한 비율은 37%에 그쳤고, 나머지 63%는 별도의 문제 제기 없이 재신청하거나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이의제기로 나아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화 연결이 쉽지 않고, 1:1 문의 역시 불인정 통보와 유사한 답변이 반복되는 등 실질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예술활동증명이 없으면 창작준비금, ‘예술로’ 사업, 예술인 고용보험 등 주요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없다. 그러나 증명 절차에 수개월이 소요되면서 그 사이 지원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인정 판정은 예술가의 삶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주택 재계약의 어려움, 실업급여 연계 제한, 복지 서비스 이용 제약, 금융권에서 ‘무직자’로 분류되는 사례 등이 이어졌다. 심리적 부담 역시 크게 작용해 장기적인 창작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안나(예술활동증명TF)는 780명의 예술인 의견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 방향으로는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의 기준 전환, 3~6개월에서 1개월로 속도의 전환, 일방 통보식 운영에서 쌍방 대화로 소통의 전환을 제언했다.

개선안은 시기별 실행 계획으로도 구체화됐다. 단기적으로는 심사 인력 확충과 반려 사유 구체화를 통해 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6개월 내 SNS·유튜브 등 플랫폼 기반 활동까지 증빙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 밖에 1년 내 전담 센터 구축과 예산 확대, 동료 평가 도입, 재증명 절차 간소화 등이 제시됐으며, 장기적으로는 경력 관리 시스템 개편과 기능 분리, 장르별 심의 체계 구축 등 구조적 개선 방향이 포함됐다.

오세곤 예술인은 현행 운영의 경직성을 비판하며, 제도 내 ‘등(等)’이라는 표현이 해석에 따라 예술가의 포함과 배제를 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가 정체성 판단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며, 긴급 상황에서는 ‘선구제-후검토’ 방식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며 “심의 과정에서 토론 기능을 강화하고, 심의가 현장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기획조정팀장은 이날 운영 현황을 발표하며, 최근 신청 건수가 급증한 반면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심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기획조정팀장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심사 인력은 정규직 5명, 계약직 5명, 체험형 인턴 5명 등 총 15명 수준으로,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계약직 평균 근속 기간은 9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전체 인력 48명 역시 과중한 업무 부담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에서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자유 토론에서는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웹소설 작가는 “성인용 콘텐츠나 무료 연재작을 배제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장르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관련 단체 관계자들 역시 “재단이 설정한 ‘문화’의 범주가 현장과 괴리돼 있다”며 새로운 장르가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스트릿 댄서는 “배틀 중심의 생태계를 가진 장르를 공연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고, 미술 분야 참여자는 “상업성을 이유로 갤러리 전시나 아트페어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시장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심의 구조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심의위원 명단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폐쇄성과, 위원 1인이 월 수백 건의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구조는 부실 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력 확충과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다.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됐다. 한 전통예술 종사자는 중앙 집중 구조를 넘어 지역 문화재단과의 협력이 더욱 활발히 되어야 함을 말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수기로 처리하는 현재 방식을 지적하며 예술인 이력의 데이터화와 시스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단위 인력 확충과 권한 분산을 통해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시스템 전면 개편과 인력·예산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주도의 제도개선 TF 운영(3~6월)과 월 1~2회 회의, 2027년을 목표로 한 2026년 하반기 차세대 시스템 전면 개편을 개선 계획으로 내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예술인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므로 목적을 생각한다면 방향은 분명하다”는 참석자의 발언처럼,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예술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목소리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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