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채권혼합형 ETF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상품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유사한 구조의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자 ‘베끼기’ 논란과 함께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쏠림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삼성·키움·하나자산운용이 채권혼합형 ETF를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최대 25%씩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국고채 등 국내 우량 채권으로 채운 구조다.
이 같은 상품 구조 배경에는 퇴직연금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채권 비중이 50%를 넘으면 채권혼합형으로 분류돼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 100%까지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규정상 주식 비중이 높은 위험자산은 계좌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가장 먼저 출시된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지난 2월 상장 이후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채권혼합형 ETF 가운데 역대 최단 기간 1조원 달성이다.
이후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도 뒤이어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내놨다. 상품명은 제각각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절반, 국내 우량 채권에 절반을 담는다는 투자 전략은 사실상 동일하다.
▲ 운용사 ‘베끼기’ 경쟁…종목 쏠림 우려 확산
이처럼 포트폴리오 구성과 비중이 유사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베끼기' 경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 모방이라기보다 연금·장기투자 수요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린 결과"라며 "AI·데이터센터 중심의 수요 확대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핵심 자산을 활용한 상품 출시가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운용해 온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한 후속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현재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ETF 상품까지 두 종목에 집중되면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까지 예고되면서 '삼전닉스'를 둘러싼 쏠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외 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일종목 기초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22일부터 관련 상품이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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