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공작기계 업체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인수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전략 산업을 둘러싼 ‘경제안보’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핵심 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일본의 강경 기조가 현실화된 가운데, 유사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대응 기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MBK 측에 인수 계획 중단을 권고했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해당 기업의 제품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2017년 외환 및 외국무역법 개정 이후 외국인 투자 규제를 실제로 적용한 첫 사례”라며 “공작기계가 무기 제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상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마키노의 고성능 공작기계가 방위산업과 직결되는 민감 기술로 분류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K는 지난해 6월 마키노에 대한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당 1만1천751엔에 약 2천338만주를 매수하는 구조로, 약 8조원 규모의 6호 바이아웃 펀드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 외환관리법에 따라 중단 권고를 받은 MBK는 10일 이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시한은 내달 1일까지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경제안보’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각국이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심사하는 추세”라며, 미국의 CFIUS와 유사한 투자심사 체계를 일본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MBK의 지배구조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는 김병주 회장을 “한국계 미국인 딜메이커”로 소개하며, 외국 국적 투자자의 의사결정 영향력을 언급했다. 실제 MBK 내부 구조상 김 회장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알려지면서, 외국 자본 중심 펀드라는 점이 안보 심사에서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다. MBK는 과거 두산공작기계 매각 과정에서 중국 기업 인수를 추진했다가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역시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핵심광물과 첨단 기술 보호라는 ‘경제안보’ 프레임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한 안보 전문가는 “일본 사례는 단순 투자 규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실제 작동한 사례”라며 “한국 역시 외국 자본의 산업 지배와 기술 유출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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