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한나연 기자 | 건설업 폐업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업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자금 흐름이 막히는 ‘현금흐름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문건설업을 중심으로 부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23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2014년(1208건) 이후 12년 만에 다시 1000건대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925건)과 비교하면 17.6% 증가한 수준이다.
폐업 증가 흐름은 팬데믹 이후 이어져 왔지만, 지난해 소폭 둔화된 뒤 올해 다시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등록업체 수 대비 폐업 신고 건수를 뜻하는 폐업 신고율 역시 1분기 45.0%로 전년(40.0%) 대비 5.0%포인트 상승했다. 계절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주목되는 것은 폐업의 상당수가 전문건설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국내 전문건설업 폐업 신고는 2020년 2187사에서 2025년 2969사로 약 35.8% 증가했다. 이는 2025년 기준 전체 전문건설업체 수(6만6368사) 대비 약 4.5% 수준이다. 또 이날 기준 올해 폐업 신고 업체 가운데 전문건설업체 비중은 84.3%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자금 여력이 제한된 구조에서 외부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폐업 증가를 단순한 ‘일감 부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공사를 수행해도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즉 현금흐름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최근 ‘건설 BRIEF’ 보고서를 통해 공사미수금 증가, 시행사 대여금 미회수, 원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원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은 공사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인 데다, 하도급 구조에서는 지급 지연이나 분할 지급 발생 가능성이 높아 현금흐름 안정성이 낮다”며 “수주 부족보다도 매출이 현금으로 전환되기 어려워 공사미수금 증가가 곧 유동성 위기로 연결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금 흐름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폐업 증가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인식도 업계 안팎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대외 변수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공사비 부담이 확대됐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과 원도급사의 투자 축소까지 이어지면서 일감 감소와 자금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상위 건설사들도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희망퇴직, 채용 축소 등을 통해 비용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협력업체와 하도급 업체로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문건설업의 경영 환경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폐업이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건설업은 고용과 협력업체, 자재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인 만큼, 하위 단계에서 발생한 부실이 상위 단계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응 방향 역시 ‘수주 확대’보다 ‘현금흐름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공사대금의 신속한 회수가 우선”이라며 “하도급 대금 지급기일 준수, 지급 지연 모니터링, 공사미수금 관리체계 강화 등이 조기 부실화를 막는 현실적인 장치”라고 짚었다.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현재의 폐업 증가를 단순한 경기 사이클로 보기보다, 건설업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전문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취약 구조가 지속될 경우, 향후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 방향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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