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전과’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 수치 공방을 넘어 정치적 해석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초 ‘형사처벌 과잉’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 논쟁이 점차 ‘정권 책임론’ 프레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14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전과가 많은 편이며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있다”고 언급하며 형사처벌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정 시기나 정부를 지목하지 않은, 이른바 ‘시스템 비판’ 성격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면서 논쟁의 축은 빠르게 이동했다. 이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유죄 판결 비율이 주요 국가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유죄 판결 인원은 384명 수준으로, 독일·덴마크는 2배 이상, 스위스·호주는 3배 이상 많다”고 강조했고, 이에 법무부는 대법원 사법연감을 근거로 “실제는 1460명 수준”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같은 ‘유죄 판결’ 통계를 두고도 4배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면서 논쟁은 격화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충돌의 본질이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라 통계 기준과 개념의 불일치에 있다고 본다.
야권이 인용한 수치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기준의 국제 비교용 통계로, 범죄 유형과 집계 방식을 표준화한 값이다. 반면 법무부 수치는 국내 사법연감 기준으로 실제 판결 건수를 반영한다. 동일한 연도를 사용하더라도 산출 방식이 달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전과’와 ‘유죄 판결’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과’는 개인의 누적된 형사처벌 이력을 의미하는 반면, ‘유죄 판결’은 특정 연도에 발생한 사건의 결과다. 서로 다른 개념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면서 논쟁이 증폭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논쟁은 점차 정치적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통계가 집중된 2022년이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리면서, 일부에서는 ‘현 사법 환경이 범죄자를 늘린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통계 구조를 고려할 때 단순한 인과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부터 판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연도의 유죄 판결 수치를 해당 정부의 정책 결과로 직접 연결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두 가지 개념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이 형사처벌이 많은 사회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 발언이 과장됐는가’라는 정치적 평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이 논쟁이 단순한 사실관계 공방을 넘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인식 차이, 나아가 정권 책임론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숫자’로 시작된 논쟁이 ‘프레임’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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