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체 거주 지역의 약 70%는 걸어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이 부족한 ‘슬세권(슬리퍼 생활권) 취약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편의시설 유무가 주거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 가운데 도내 극심한 생활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주도의 ‘생활권 재편’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23일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전역을 500m 격자 단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슬세권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슬세권 명당’은 수원시(83.1%), 부천시(80.7%), 안양시(75.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 전체 인구 거주 지역의 약 70%는 아직 생활 편의시설이 더 채워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취약 지역으로 분류됐다. 슬세권 지수가 높은 ‘명당’ 지역의 전월세 거래 발생 비율이 88.5%에 달해, 취약 지역(5.5%)보다 16배나 활발하다. 이는 동네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들고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경기연구원은 경기도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정책 대안을 내놨다. 우선 슬세권 지수가 낮은 지역을 ‘생활권 집중 개선지구’로 지정해 보행 도로를 예쁘게 정비하고 가로등과 같은 환경을 개선해 사람들이 더 많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비어 있는 상가를 임대료 보조나 리모델링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 편의시설로 바꾸는 등 민간 시설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공공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일부 지역에는 공공이 직접 ‘생활서비스 패키지’를 배달하듯 제공하는 모델도 제시됐다. 마을 주민센터 등에 공유 세탁기나 건조 시설을 설치하고, 편의점이 먼 동네에는 무인택배함이나 생활물품 픽업 거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병원이나 약국이 부족한 곳에는 일정 시간마다 순환하는 ‘이동형 의료 서비스’를 도입해 소외되는 동네 없이 누구나 보편적인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김희재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이 민간 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을 만들어준다면 경기도 어디서나 슬리퍼를 신고 나가 일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걸어서 누리는 경기도’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