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브랜드 혼다가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는다. 2003년 국내 진출 이후 23년 만의 결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구조 재편 흐름과 맞물린 전략적 철수라는 해석이다.
혼다의 국내 판매법인 혼다코리아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말까지 한국 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중장기 사업 방향 재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고객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S)는 유지하고, 모터사이클 사업은 오히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혼다코리아의 철수 배경에는 국내 수입차 시장 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때 연간 2만대 안팎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가던 혼다는 최근 수년간 판매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독일 브랜드 중심의 시장 재편,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수요 변화, 그리고 브랜드 포지셔닝의 모호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진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원·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 단가 부담이 커졌고, 이는 곧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졌다. 반면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면서 경쟁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는 품질과 내구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엄도, 대중 브랜드도 아닌 중간 지점에 위치해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핵심 화두인 전동화 대응 속도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2040년까지 전기차·수소차 100% 전환을 선언했지만, 실제 제품 라인업 확대는 경쟁사 대비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 시장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국가 중 하나로, 충전 인프라 확대와 정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지 못했고, 하이브리드 모델 중심 전략도 경쟁사 대비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차 전환 국면에서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 철수가 아닌 사업 구조 재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는 중단하지만, AS를 유지해 기존 고객 신뢰를 관리하는 한편, 모터사이클 사업에는 오히려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륜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고, 혼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분야다. 국내에서도 레저 및 배달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혼다코리아의 결정은 한국 시장만의 특수 사례라기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동화 전환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모든 시장을 유지하기보다는 핵심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 시장 역시 규모 대비 경쟁 강도가 높은 ‘고난도 시장’으로 평가되면서, 일부 브랜드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AS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존 차량 보유 고객의 불편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차 구매 선택지 축소는 불가피해 수입차 시장 내 경쟁 구도에는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조가 한층 더 양극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브랜드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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