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철만 되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곳이다. 평상 위에는 사람들이 빼곡했고, 머리 위로는 햇빛 가림막이 촘촘히 엮여 있었다. 물길은 끊겼고, 계곡은 사실상 ‘영업장’처럼 기능했다. 오죽하면 '식당과 주차 없이 물놀이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소개될 정도일까.
2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인수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곡 입구에 도착했을 때, 풍경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다만 완전히 끝난 상태는 아니었다.
윤 장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철거 중인 현장으로 향했다. 평상과 천막이 사라진 자리, 바위 틈에 남은 고정물 제거 자국, 일부 드러난 콘크리트 단면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이날 현장은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천막, 평상 등 불법시설물은 대부분 철거됐지만, 구간에 따라 잔여 구조물과 복구가 덜 끝난 하상이 혼재돼 있었다. 철거 인력이나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진행된 정비와 남은 과제가 동시에 드러난 상태였다.
윤 장관은 김용균 행정안전부 자연재난실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하류 방향으로 이동했다. “주요 불법 가설시설물은 철거가 진행 중이고, 현재는 잔여 구조물 제거와 하상 복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장관은 말을 아낀 채 바닥을 살폈다.
“여기까지 정비된 겁니까.”
윤 장관의 입에서 짧은 질문이 나왔다. “구간별로 정비 단계가 다르고 추가 제거 작업이 예정돼 있다”는 답이 돌아오자,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흔적이 남으면 (불법시설이) 다시 들어옵니다.”
이번 정비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 정책의 일환이다. 철거 대상은 천막·평상 등 불법시설물뿐 아니라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건축물과 공작물까지 포함된다. 반복돼 온 점유 구조 자체를 끊겠다는 취지다.
강북구에 따르면 인수천 일대에는 음식점 15곳, 숙박업소 3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 전수조사에서는 10곳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평상과 천막을 중심으로 한 불법 점용 시설은 305건에 달했다. 이 중 8곳은 과거에도 같은 행위가 반복된 곳이다.
구는 1곳에 대한 정비를 마쳤고, 7곳은 행정 처분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2곳은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한 측량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변화는 더 분명해졌다. 과거 평상이 밀집했던 자리는 시야가 트였지만, 바닥 일부에는 콘크리트 잔재가 남아 있었다. “여기는 아직 남아 있네요.” 장관의 말에 “잔여 구조물 제거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서는 데크로드가 눈에 들어왔다. 일부는 이미 설치됐고, 일부는 추가 조성이 예정돼 있었다. 장관은 걸음을 멈추고 데크를 살폈다. “이렇게 공간을 정리해줘야 합니다.”
데크로드는 단순한 보행로를 넘어선다. 비워진 공간을 공공 이용 구간으로 명확히 하면서, 천막과 평상 등 불법 가설건축물이 다시 들어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하류로 이동하는 동안 브리핑은 계속됐다. CCTV 설치 계획과 드론 점검 등 사후 관리 방안이 설명됐다. 장관은 단호하게 정리했다. “단속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인수천은 아직 끝난 공간이 아니다. 정비가 마무리된 구간과 손이 더 필요한 구간이 맞물린 채, 변화가 진행 중이다. 비워진 자리와 남은 흔적이 교차하는 현장. 윤 장관의 동선은 길지 않았지만 기준은 분명했다. 불법은 남기지 않는다. 원상은 끝까지 되돌린다. 그리고,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게 한다.
윤 장관은 상인과 영업시설이 사라진 현장에서, 물과 바위 그리고 남은 정비 흔적을 한동안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이 상태가 유지돼야 합니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시설물 철거와 벌금 등으로 인한 손해가 더욱 크다는 것을 반드시 알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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