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배달 플랫폼 등 리뷰 관리 기준이 시행되지만 블랙 컨슈머로부터 보복성 후기에 대한 점주 피해 구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리뷰 신뢰도 회복을 앞세운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악의적 리뷰를 가려낼 방안은 여전히 플랫폼의 자율 대응에 머물러 있어 점주들의 영업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시행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플랫폼이 사용 후기를 게시할 경우 관련 운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조항이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작성 권한, 게시 기간, 등급 평가 기준 및 효과, 삭제 기준과 삭제 시 이의제기 절차 등을 첫 화면이나 연결 화면에서 알리도록 구체화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가 내놓은 배달앱 리뷰 임시조치 권고안에는 소비자의 ‘주관적인 맛 평가’는 임시조치(블라인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도 개편이 투명한 리뷰 운영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하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판매량과 직결되는 리뷰에 대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욕설이나 무관한 내용의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단순 “맛이 없다”는 식의 별점 테러는 소비자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권고안 상의 ‘주관적인 맛 평가’ 항목은 블랙 컨슈머가 악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소비자 및 점주 보호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작성된 리뷰가 악의적인지 맛에 대한 주관적 판단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어 양측의 불만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리뷰를 무작정 가리기엔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고, 블랙컨슈머를 방관하자니 억울한 점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악성 댓글을 지우면 정당한 표현을 막느냐는 비판을 받고, 반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영업 방해라며 점주들의 원성을 산다”며 “규정에 따라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민감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리뷰 구조가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고 지적한다. 일부 판매자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인위적으로 별점을 조작하는 이른바 ‘어뷰징’ 행위가 만연해지면서 리뷰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 상황에서 점주 피해 우려도 이해하지만, 신뢰도 회복을 통한 소비자 권익 보호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과거 리뷰는 점주의 차단 신청만 있으면 대부분 블라인드 처리돼 소비자의 권리가 억눌려 있었다. 협의회는 배달 서비스의 여러 복합적 요소는 반영하더라도, 오직 음식 맛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만큼은 소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임시조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알 권리 보호를 위한 시행령과 권고안의 방향성은 맞지만 일부 블랙컨슈머에 의한 피해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분쟁 이력이 있는 주문 건에 대한 평점 반영을 유예하거나 악의적 리뷰를 걸러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등 소비자와 점주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성기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은 “그동안 리뷰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었다”며 “리뷰 신뢰도 회복을 통한 소비자 권익보호가 우선시돼야 하며, 이 과정 중 일부 소상공인의 피해가 이어지지 않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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