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미국이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월드컵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파올로 잠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이란 대신 이탈리아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시키자고 제안했다. 나는 이탈리아 출신이고,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대표팀)’이 출전하는 게 꿈이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우승을 4차례 차지했기에 본선 진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3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수모를 겪었다. 지난 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패스A 결승전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PK4로 패했다. 이탈리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월드컵 본선에도 나서지 못하며 월드컵 4회 우승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탈리아가 이란 대신 월드컵에 나설 수도 있다는 ‘떡밥’은 이탈리아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순간부터 나왔다. 이란은 현재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과 전쟁 중이다. 현재는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데, 아직 전쟁이 확실히 끝날 거란 보장은 없다.
이란은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초기에 ‘월드컵 참가가 어렵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내뱉었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G조에 편성됐는데, 3경기 모두 미국(로스앤젤레스 2경기, 시애틀 1경기)에서 치른다. 전쟁 당사국이 자신들을 공습한 나라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란은 월드컵 참가로 방향을 선회한 뒤에도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다시 한번 FIFA가 이란의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FIFA는 ‘모든 참가국이 발표된 일정대로 경기하기를 바란다’라며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 장소가 옮겨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탈리아의 본선 진출 가능성은 이란이 멕시코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보다 적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대표팀은 분명히 온다”라며 “이란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국민을 대표해 뛰어야 한다”라며 이란이 다가오는 월드컵에 참가할 것임을 다시금 밝혔다.
그럼에도 잠폴리 미국 특사가 이란과 이탈리아 이야기를 꺼낸 건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보다 최근 양국 사이에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에 가깝다. 최근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고, 그중에서도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레오 14세가 미국 출신인 것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행정부는 날선 입장으로 교황을 비난했다. 이에 가톨릭 국가이자 바티칸을 영토로 품고 있는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의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이를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수라는 게 미국 복수 매체의 관측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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