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에서 국내 굴지의 패션 그룹을 일군 '패션왕' 박순호가 안방극장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22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전설의 패션왕' 박순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조명됐다.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끼니조차 제대로 잇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채 14세에 농사일을 도우며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고, 16세에는 마산의 한 속옷 도매상에 취직했다.
월급도 없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는 삼시 세끼를 먹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2년 뒤 장사의 꿈을 품고 부산으로 향한 박순호는 가게를 얻기 위해 주인집을 찾아가 "3~4개월만 기다려 주시면 보증금을 꼭 갚겠다"고 호소했다.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본 주인의 결단으로, 그는 보증금 한 푼 없이 부산 최대 시장인 중앙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후 박순호는 130개 소매상에 독점 공급을 성사시키고 도매 시장까지 장악하며 약속을 지켜냈다. 20대에 이미 ‘꼬마 재벌’로 불릴 만큼 부산 중앙시장을 휩쓴 그는 "돈을 포대로 쓸어 담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도매업으로 기반을 다진 그는 곧 의류 제조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국내에서 두 번째로 면 티셔츠 생산에 성공했고, 자체 개발한 '봉제선 없는 목폴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성공을 발판으로 2층 양옥집을 마련하고 결혼까지 하며, 박순호는 20대에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않았다. 봄 시즌 긴팔 티셔츠의 흥행에 힘입어 반팔 제품까지 제작했지만, 두꺼운 소재 탓에 여름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박순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공장에 미납된 대금만 3800만원이었는데, 지금 가치로는 수십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원단 공장 사장에게 빚을 갚기 위해 추가 투자를 권유했고, 하루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강행군 끝에 4년 만에 빚 전액을 상환했다. 이후 그의 사업은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1987년 매출 100억원, 1995년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1년에는 마침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그의 인생은 2005년 드라마 '패션 70s'로 제작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나눔왕'으로 불리는 그의 기부 행보도 함께 공개돼 감동을 더했다. 40여년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온 박순호의 누적 기부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그는 2010년 포브스 아시아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고, 자원봉사 대상 대통령 표창과 국민훈장 동백장 등 각종 포상을 받으며 선행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소외계층을 위한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300가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물한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아너 소사이어티 전국 5위라는 사실까지 공개되자, 서장훈은 "저도 회원인데 회장님은 금액이 어마어마하시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순호는 이날 방송 말미 "기업을 키우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했다. 이어 "돈은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것 아니냐.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치 있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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