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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해 여러 가지 논란을 낳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이번 방미 일정에서 미 국무부 차관보 면담, 미국 내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인터뷰, 미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하원의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장 대표는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장 대표는 13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첫 공식 일정으로 대럴 아이사(Darrell Issa,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사 의원의 행적이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 있습니다. 쿠팡 청문회 법사위원이었던 아이사 의원은 쿠팡으로부터 정치자금 5천 달러를 후원받은 사실이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원에서 ‘코리아 코커스’ 소속인 아이사 의원은 지난해 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위원장은 미국을 깎아내리고 우리를 끌어내린다”며 한국 정부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쿠팡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경고 메시지를 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 54명이 지난 20일 강경화 주미대사에 서한을 보내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 규제를 하고 있다.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썼습니다. 이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전후해 장동혁 대표는 한국에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가진 하원의원 아이사를 만난 것입니다. 아이사 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그는 “최근 선거로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좌파 정부가 탄생했고 그 정부는 무엇보다도 미국 기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습니다.
아무리 미국 하원의원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좌파’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편견에 의한 낙인찍기 성격이 짙어 보입니다. 다분히 이재명 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정략적인 공격입니다. 아이사 의원이 미국 정치권에서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임에도 장동혁 대표는 방미 첫 일정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여기에도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물론 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견제하고 반대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정부에 압력을 넣는 명분으로 삼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반한 인사 회동을 이재명 정부의 ‘색깔’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것은 국익을 해하는 일종의 ‘매국행위’입니다.
한국을 좌파 정부로 규정하는 아이사 의원의 발언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협한 접근법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생존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좌파나 우파보다 더 한 이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미국의 반한 인사를 접촉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을 악의적으로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는 귀국 후 방미 성과에 대해 설명하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이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런 행보는 한국의 국익을 생각할 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투트랙’ 전략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비록 독재자의 길을 걷긴 했지만 과거 그의 외교안보 전략을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반면교사의 측면은 없는지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국가 생존의 핵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압박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 방위비, 남북관계, 대미 종속 논란처럼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식 외교 채널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국회와 여권 내 강경 인사들을 통해서는 훨씬 더 거친 문제 제기를 내보내는 ‘투 트랙’ 방식을 구사했습니다. 이때 핵심적으로 활용된 인물이 바로 차지철이었습니다. 차지철은 35세에 최연소 국회(7대) 외무위원장을 지냈고 8대와 9대에 내무위원장, 9대에는 공화당 당무위원도 겸했습니다.
박정희는 차지철을 국회 국방위원회나 외교 관련 전선에서 사실상의 ‘돌격대’처럼 활용해 정부가 직접 꺼내기 어려운 반미성 경고나 자주국방론, 미국 책임론 등을 대신 발신하게 했습니다. 겉으로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을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권력 핵심부의 불만과 압박 수위를 충분히 읽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박정희 정권의 ‘투트랙 외교 전술’은 차지철이라는 ‘우회로’를 활용해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이런 투 트랙 외교의 묘미는 ‘정부는 동맹을 관리하고 정치권은 협상력을 높이는 압박 수단이 되는’ 역할 분담에 있었습니다.
박정희는 청와대와 외무라인을 통해 한미관계의 기본 틀은 흔들지 않으면서도 차지철 같은 측근 정치인을 앞세워 “한국 내부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는 식으로 협상 공간을 넓혔습니다. 미국을 정면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국회라는 우회로를 통해 불만을 제도권 내부의 목소리로 터뜨려 협상의 레버리지를 키운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반미 선동이 아니라 동맹 안에서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권력 기술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결국 박정희식 투 트랙 외교는 ‘공식 채널의 안정성’과 ‘비공식 채널의 공격성’을 동시에 운용해 미국을 상대했던 냉전기 한국형 협상 전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 관계에 있어 박정희 정권 때가 지금보다 나으면 나았지 더 나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정희 정권의 외교안보 전략은 강온 양면 작전을 구사하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했던 것입니다.
물론 당시 차지철은 정권 내부 인사였고 장동혁 대표는 야당 지도자라는 점에서 두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권력 내부의 ‘투 트랙’과 권력 외부의 ‘정당 외교’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외교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외교는 여야의 정치적 입장과 별개로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야당의 외교 역시 정부를 견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외부 권력과 결합해 자국의 협상력을 잠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국익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박정희 정권 때와 지금 이재명 정부는 대외 안보 환경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미 관계는 과거 정권에서부터 연속성있게 유지돼온 한국 고유의 전략과 전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의 워싱턴 행보는 겉으로는 ‘정당 외교’를 표방하지만 실제 효과를 놓고 보면 정부의 대미 협상 레버리지를 보완하기보다는 오히려 잠식하는 방향에 더 가깝습니다.
장 대표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이재명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한국의 사법권과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아온 인사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와 발언 공간을 넓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 놓았습니다.
정부가 ‘국익과 주권을 앞세우는 파트너’로, 야당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견제하는 우회 채널’로 분업하는 고전적 투 트랙과 달리 이번 방미는 야당 대표가 미국 내 반한 여론과 직접 결을 맞추며 국내 공격용 탄약을 수입해서 정부에 마구 쏘아대는 ‘역 방향 투트랙’에 가까운 것입니다.
장 대표의 방미는 한국의 대미 협상 레버리지를 키우는 쪽이 아니라 미국의 한국 압박 레버리지를 키워주는 ‘국익 훼손’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동혁 대표의 이번 방미는 야당의 ‘외교 참사’에 가깝습니다.
국내 정치의 엉망진창 리더십을 미국의 반한 보수 인사를 통해 만회해보려고 꼼수를 부리려다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습니다. 외교는 망한 국내 정치를 기사회생시키는 호흡기가 아니라 국가 생존에 필요한 전 국민의 생명선입니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붕괴했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방미로 그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추락을 앞당기는 트리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장동혁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도는 2020년 창당 이래 최저인 15%를 기록했습니다(NBS 전화면접 조사,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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