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전화 없어요?”…편의점에서 멈춘 신용카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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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전화 없어요?”…편의점에서 멈춘 신용카드 심사

투데이신문 2026-04-23 13:31: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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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초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 씨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재직 여부만 확인되면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 심사 단계에서는 사업장 유선전화가 없다는 이유로 발급이 무산됐다. 김씨는 점주를 통한 확인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카드사 측은 원칙상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번 사례는 청년층과 비정형 근로자의 경제활동 방식이 달라졌음에도, 카드 심사 실무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점과 음식점, 플랫폼 노동에 이르기까지 청년층의 고용 형태는 이미 다양해졌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형화된 재직·소득 증빙이 강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 심사에서는 개인신용점수 외에도 재직 안정성, 소득 지속성, 기존 금융거래 이력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 발급이 단순한 결제 수단 제공을 넘어 무담보 신용공여의 시작인 만큼, 향후 한도 부여와 연체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 소득은 존재하지만 이를 기존 방식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의 경우, 상환 능력과 별개로 심사 문턱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례가 카드사가 익숙한 방식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신용이 현장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점수는 올랐는데, 문턱은 그대로

카드사 입장에서 발급 심사는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한 번의 발급 결정은 이용 한도 설정은 물론 할부, 리볼빙, 카드론 등 장기적인 신용 관리 체계로 이어진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청자에 대해 재직 여부와 소득 지속성을 엄격하게 검증하려는 유인이 생기는 이유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판단 기준이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청년 세대는 과거 ‘정규직 재직증명서-4대보험 가입-장기 근속’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고용 모델에만 머물지 않는다. 단기 근로와 플랫폼 노동, N잡러 등 복수 소득원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카드 심사 실무는 여전히 전통적인 고용 증빙 체계에 익숙해, 실제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카드사가 신뢰하는 정형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으면 불확실성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신용평가체계 개편 TF’에서 개인신용평가 체계 전반에 대해 점검하면서, 고신용 구간에 점수가 집중돼 변별력이 약화되는 한편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점수 분포는 분석 기준과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을 충족하더라도 현장 심사에서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재직 안정성을 확인하는 추가 절차가 대안 정보나 실시간 데이터보다 여전히 유선 연락이나 서류 증빙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청자 입장에서는 “점수는 충분한데 왜 거절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청년층에게 카드 발급은 단순한 소비 수단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제도권 금융 이력을 쌓는 출발점인 만큼, 발급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문턱에 막히면 금융 이력 축적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 접근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틀 고치고, 업계는 셈법 바꾸는 중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와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용평가 고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전통적 금융거래 정보로 포착되지 않는 생활 정보를 평가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대안정보 활용 기반을 확충하고,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매출, 상권, 플랫폼 활동 데이터 등을 활용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체계 도입도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카드업계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대안신용평점을 활용하거나, 빅데이터 기반 자체 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다만 적용 범위와 방식은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플랫폼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간편결제 사업자는 통신·쇼핑 데이터를 결합한 자체 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소액 후불결제(BNPL)를 통해 초기 금융 이용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카드 발급이 어려운 고객에게 대체 수단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카드업계는 건전성과 고객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청년층은 장기적으로 우량 고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며 “비금융 데이터와 생활 데이터를 심사에 어떻게 반영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전반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신용 방정식 나올까

현행 카드 심사가 전통적인 소득·재직 증빙에 치우친 구조인 만큼,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상명대 경영학과 서지용 교수는 “현행 카드 심사가 증빙 가능한 소득과 재직 체계에 상대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고용 형태가 유연한 신청자는 실제 상환 능력이 충분해도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요금 납부 이력, 계좌 흐름, 플랫폼 활동 기록 등 대안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다 입체적인 신용 평가가 가능하다”며 “이러한 평가 방식의 실무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 역시 신용평가 체계가 금융소외를 심화시키는 장벽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 방향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평가 모형의 개선뿐 아니라 실제 심사 관행 전반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달라진 소득 구조와 고용 형태를 기존의 정형화된 기준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건으로 꼽힌다. 점수 체계 개편을 넘어 실제 심사 단계의 변화 여부에 따라 제도권 금융의 포용 범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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