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에 모르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50대 남성이 척수 손상으로 영구적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고,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 설명 토대로 사건 현장 구현한 이미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지난달 15일 경기 평택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지난 20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 이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침 뱉기로 시작된 시비…엎어치기 한 번에 인생이 바뀌었다
사건 당일 피해자는 힘든 일이 있다며 지인에게 연락해 함께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이었다. 이때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이 뒤따라오며 피해자 일행을 향해 침을 뱉기 시작했다. 같은 행동을 세 차례 반복하자 피해자 지인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니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이 말이 오히려 폭행의 불씨가 됐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와 지인을 붙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지인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고, 무방비 상태였던 지인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남성은 윗옷을 벗어 던진 채 계속 시비를 이어갔고, 다툼을 말리던 피해자를 바닥으로 엎어쳤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평택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사진.
피해자 지인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같은 골목에 있던 다른 커플에게도 침을 뱉으며 시비를 건 직후 피해자 일행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인은 상대 남성의 체격이 크고 자신은 나이도 많고 왜소해 만만하게 보고 시비를 건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가해 남성은 쓰러져 있던 피해자 옆에 함께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자는 척까지 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수술 전 심정지…재활로도 회복 불가능한 영구 사지마비
피해자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아내에 따르면 엎어치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목 부위 척수 손상이 심각하게 발생해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주치의는 휠체어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며 재활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술 직전에는 심정지가 올 정도로 상태가 위급했다.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 완화와 호흡 보조 수준에 그쳤고, 추가적인 치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도 피해자는 중환자실에 있으며, 자신이 사지마비 상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폭행 사건 이후 사지마비된 피해자.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사진.
피해자 아내가 전한 가족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18년간 운영해온 가게를 정리하고 새 가게 개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개업을 불과 2주 앞두고 남편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 이제 아내 혼자 사지마비 상태의 남편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묻지마 폭행'의 전형적인 패턴…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당 사건이 단순 폭행 사건을 넘어 거센 공분을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해자 행동 패턴, 사후 태도, 피해의 결과 모두가 한국 사회에서 반복돼 온 묻지마 폭행의 전형적인 특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면식 없는 상대를 향한 무동기·우발적 폭력범죄는 매년 수만 건에 달하며, 심야 시간대와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폭행의 공통 특징으로 불특정 다수를 순차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행동, 체격이 작거나 나이 든 상대를 선택하는 경향, 범행 후 음주를 방패 삼아 기억 부재를 주장하는 방식을 꼽는다.
가해 남성의 지인은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는 사람이었고,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까지 폭행해 제지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 역시 같은 골목 다른 커플에게 먼저 시비를 건 뒤 피해자 일행에게 이어 폭행을 가했고, 경찰 앞에서는 기억이 없다고 발뺌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술 탓'은 법정에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이 처벌을 가볍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것도 많은 이들이 평소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법조계 답은 명확하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길거리 묻지마 범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대법원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스스로 음주한 결과로 초래된 심신장애는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준을 확립해왔다. 스스로 선택해 마신 술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은 중상해 사건에서 실질적인 감형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처음에는 상해·폭행 혐의로 구속 송치됐던 가해자를 피해자의 영구적 사지마비 의학 소견을 토대로 혐의를 중상해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
형법 제258조에 규정된 중상해죄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시키거나 불구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재활로도 회복 불가능한 영구적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이번 사건은 해당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 아래 기소된 상태다.
다만 실제 선고 형량은 가해자의 전과, 반성 여부, 합의 여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는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또 다른 고통이 남아 있는 셈이다.
사과 한 마디 없는 가해자…2차 피해 공포까지
피해자 아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남편의 병세만이 아니다. 가해자는 사건 이후 단 한 번의 사과도, 연락도 없는 상태다. 가해자는 수사기관을 통해 연락처를 남겼다는 주장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아내는 남성이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게로 찾아와 보복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마저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빈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현행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신변 보호 신청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24시간 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는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구속 기소됐지만…피해자 가족이 알아야 할 국가 지원 제도
가해자가 구속 기소됐다는 사실이 피해자 가족의 일상을 되돌려 주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지원 제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전국 각 지방검찰청 산하에 설치돼 있으며 법률 지원, 심리 상담, 의료비 지원 연계 등을 제공한다.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는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은 범죄 피해자에게 국가가 직접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창구는 거주지 관할 지방검찰청이다.
문제는 많은 피해자가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복잡한 절차에 지쳐 포기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지원 체계의 접근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의 취기가 다른 사람의 남은 생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18년을 일궈온 가게를 접고 새 출발을 꿈꾸던 가족의 시간은 그 골목길에서 멈췄다. 가해자 재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피해자 가족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판결문 어디에도 담기지 않는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