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인프라 붕괴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 10명 중 1명은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있는 것.
이에 정부는 2011년부터 분만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A·B·C등급으로 나누고 시설·장비비 및 운영비를 지원하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2003년 3171곳에서 2024년 468곳으로 65.9% 급감했다. 전국 시·군·구의 30% 이상은 분만기관이 아예 없고 1곳만 남은 지역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사실상 ‘분만공백지역’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전체 분만건수는 줄었지만 산모 연령 상승과 만성질환 증가로 고위험 임신·분만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분만인프라는 한 번 붕괴되면 회복하는 데 10~20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분만취약지일수록 분만건수 자체가 적다. 일부지역의 연간 분만은 1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분만은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고위험 의료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비롯해 마취과, 소아과, 간호인력까지 상시 대기해야 한다. 결국 수익은 제한적인데 인건비와 운영부담은 커지는 ‘적자구조’가 만성화됐다.
여기에 출산환경 자체도 바뀌고 있다. 산모의 평균연령은 2000년 약 27세에서 최근 33세 안팎으로 상승했다. 고령임신 증가로 임신성고혈압, 당뇨, 조산 등 고위험 분만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고위험 산모비율은 2017년 19.7%에서 2021년 24.1%로 증가했다. 단순 분만실 수준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지만 지역의료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방에 있는 산모, 특히 고위험 산모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 중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예산을 확대해 왔다. 분만취약지 지원예산은 최근 5년 새 약 80% 증가했고 지원대상도 사업 초기 3곳에서 30여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재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은 시설 확충과 재정 투입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현장에서의 체감은 미미하다. 재정이 분산되면서 개별 의료기관이 체감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핵심인 ‘인력’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효과 역시 제한적이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고한수 교수와 울산의대 옥민수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KM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 지원 이후 분만취약지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일부 증가하고 정규직 전환 등 질적 개선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인력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2016년 이후 평균 0.56명이 줄었다. 결국 지원정책이 ‘질적 변화’에는 일부 영향을 줬지만 ‘양적 확대’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희선 교수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서 인근 분만 병의원과 거점 상급병원이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유기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 안정적인 분만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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