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텔레그램, 각종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격투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와 폭력의 경계를 흐리는 이 장르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 오락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관음적 폭력 소비가 현실로 옮겨온 모습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이른바 ‘야차룰’이 있다. 참가자 간 합의를 전제로 싸움을 벌이는 비공식 격투 방식으로, ‘날것의 진짜 싸움’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급속히 퍼지고 있다. ‘20대 노가다끼리 실제 싸움 #야차룰’이라는 영상은 조회수 1,200만 회를 넘겼다. 상의를 벗은 두 남성이 주먹을 주고받고, 주변의 관중이 이를 지켜보는 장면은 현대판 콜로세움을 떠올리게 한다.
‘야차룰’은 불교 설화 속 포식적 존재인 ‘야차’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격투기(MMA)나 복싱과 달리 보호 장비나 규정이 거의 없고, 눈 찌르기 금지 정도만 제한으로 존재한다. 이용자들은 이 같은 비정제된 ‘현실성’을 매력으로 꼽는다.
시장 규모도 적지 않다. 관련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1억 8,000만 회를 넘었고, 개별 영상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광고 수익 구조를 감안하면 폭력 자체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제작자들은 ‘참교육’을 명분으로 특정 인물을 찾아가 싸움을 벌이고 이를 생중계한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 영역으로의 확산이다.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미성년자가 연루된 실제 폭행 영상을 사들여 유통하며, 영상 제공자에게 5,000원에서 5만 원까지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피를 흘리거나 의식을 잃는 장면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댓글과 후원, 공유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부 영상에는 도박 광고까지 결합된다. 폭력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본능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심리학과의 로지 더트 교수는 인간은 위협과 갈등에 본능적으로 끌리며, 폭력적 자극은 주의를 빠르게 끌고 오래 유지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안전한 위험’ 경험이 온라인 환경에서 강화되면서, 폭력에 대한 감각이 점차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학습 효과도 작용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의 이론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노출된 행동이 보상받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그것이 정상적인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격투가 ‘합의된 규칙’ 아래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될수록 시청자는 폭력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트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폭력적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둔감화(desensitization), 정서적 반응 감소, 그리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공격성에 대한 인식의 점진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가시성과 사회적 관심을 통해 보상을 받을 때 모방이나 과시적인 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싸움에 참가한 당사자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야차룰을 관전하거나 유통하는 것도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및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폭력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구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규제하고 특히 청소년 보호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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