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전쟁 여파로 생계 부담이 커진 국민에게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관련해, 소득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를 보완하기로 했다. 실제 형편은 어려워졌는데도 과거 소득이 반영된 건강보험료 때문에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오는 27일부터 국민 70%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소득 기준으로 하위 70% 국민이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받는다. 차상위계층과 한 부모 가족은 1인당 45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는 55만 원을 받으며 추가적으로 비수도권과 농어촌 등 인구 감소 지역은 5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 뉴스1
보건복지부는 23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접수 기간은 오는 5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두 달간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신속하게 지급 대상을 가려내되, 실직이나 폐업, 출산 등으로 상황이 달라진 가구는 별도 심사를 통해 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왜 이의신청을 받나…건강보험료와 실제 소득 사이 '시간차'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올해 3월 30일 기준 건강보험료가 전체 국민 가운데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속도와 효율성 때문이다. 전 국민이 가입돼 있어 대상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고, 국민 입장에서도 자신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통해 기준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료가 현재 형편을 즉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이 발생한 시점과 보험료에 반영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처럼 소득 변동 폭이 큰 경우나 최근 실직한 사람은 지금은 생활이 어려워졌더라도 서류상으로는 예전 소득이 반영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에서 열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현장방문'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이의신청 창구를 별도로 열기로 했다. 빠른 지급이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실제 사정이 달라진 국민은 별도 증빙을 통해 다시 심사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누가 신청할 수 있나…출산·귀국·실직·폐업 모두 반영
이의신청 대상에는 기준일인 3월 30일 이후 아이가 태어난 경우와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경우가 포함된다. 여기에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사람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변경된 경제 상황을 반영해 다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소득 변동 반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적 문제를 감안한 조치다. 실제로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당시 접수된 이의신청은 총 16만 6000건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보험료 조정과 관련한 신청이 2만 5000건으로 전체의 15.1%를 차지했다. 출생이나 귀국 관련 신청도 각각 3만건을 넘겼다.
정부는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역시 비슷한 민원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충분한 접수 기간을 두고 개별 사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급여기준과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기준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소득 반영 시차 때문에 억울하게 제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이의신청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받을 수 있나…최소 10만 원부터 최대 60만 원까지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70%의 국민에게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오는 27일부터 차등 지급한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 점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는 모습 / 뉴스1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3256만 명이다. 1인당 지급액은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60만 원이다.
가장 먼저 신청할 수 있는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이다. 이들은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우선 신청할 수 있다. 지급액은 기초생활수급자 55만 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 45만 원이다. 여기에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나 인구 감소 지역에 거주하면 1인당 5만 원이 추가돼 최대 6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일반 국민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5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지급액은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주민은 10만 원, 그 외 지역 주민은 15만 원을 받는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지역 거주자는 20만 원에서 최대 25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결국 같은 지원금이라도 소득 기준과 거주 지역, 취약계층 해당 여부에 따라 실제 수령액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 이의신청 결과까지 반영되면 지급 여부가 다시 달라질 수 있어, 대상에서 빠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접수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청은 어디서 하나…스미싱 문자도 주의해야
고유가 피해지원금 관련 스미싱 유형 및 피해예방 대응요령 / 행정안전부 제공, 뉴스1
신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가능하다. 온라인은 카드사 또는 지역사랑상품권 앱·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할 수 있고, 오프라인은 주민센터나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운영된다.
지급 금액과 신청 방법을 미리 확인하고 싶다면 네이버앱, 카카오톡, 토스 등 20개 모바일 앱이나 국민비서 홈페이지에서 알림서비스를 사전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지급 신청일 이틀 전인 1차 4월 25일, 2차 5월 16일에 지급 금액과 신청 방법, 사용 기한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원금 안내를 빙자한 스미싱 피해에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관련해 URL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나 SMS는 일절 발송하지 않으며, URL과 유사한 기능의 배너 링크나 앱 푸시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당시에는 불법 도박사이트 접속 유도, 개인정보 탈취용 악성 앱 설치 유도 등 모두 430건의 스미싱 시도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가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고,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580만 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의 피해지원금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 / 뉴스1
정부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링크가 포함된 문자, 알림은 클릭하지 말고 먼저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싱 여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스미싱 확인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118 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신고 대응센터 1394로 신고하면 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접수 창구를 하나 더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류상 기준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실직, 폐업, 출산 같은 현실의 변화를 반영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금이 닿게 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제 단순한 건강보험료 수치만이 아니라, 이의신청을 통해 입증되는 실제 생활 여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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