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형태소에 형식형태소가 붙거나 실질형태소끼리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방법. 표준국어대사전이 '조어법'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전 풀이가 더 어렵다는 탄식은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것 아닐까. 다른 사전(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찾는다. 이미 있던 말을 서로 짜맞추어 복합어를 만들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말을 만드는 방법. 실질, 형식 형태소만큼은 아니더라도 복합어가 낯설지만 그나마 이해하기 낫다. 편의상 지금부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말'(조어)을 만드는 방법(법)만 새기자.
'삼전닉스'라는 조어가 언론 기사문에 심심찮게 쓰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을 한꺼번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삼전으로 줄여 앞에 두고, SK하이닉스는 닉스로 줄여 뒤에 뒀다. '하이전자'라 않고 '삼전닉스'라 한 데 '닉스' 사람들이 서운해할지 모르겠으나, 삼전닉스는 일찌감치 만들어져 세력권을 넓히고 있다.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하고 물으면 '엄빠'라고 답할 때 그 엄빠를 닮은 조어법이다. 엄마의 엄과 아빠의 빠를 붙여 엄빠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닉스' 쪽이 뒤에 놓인 것을 그렇게까지 서운해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입말 세계에선 뭐든 다 줄이는 경향이 보인다. 고속터미널이 길다고 '고터'라 하는 판이니 말 다 했다. 이쯤 되니까 '셔세권'도 놀랍지 않다. 부동산 시장에서 태어났다는 이 말이 기사문에까지 번졌다. 삼전닉스의 약진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울지 주목된다. 삼전닉스 통근용 '셔'틀버스와 역'세권'을 합쳐 셔세권이란다. 숲세권(숲), 팍세권(PARK. 공원), 몰세권(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일까. 삼전닉스가 엄빠식 조어라면 셔세권은 손기척식 조어다. 손으로 내는 기척이라 하여 노크를 뜻하는 단어가 손기척이다. 노크(knock)와 달리 손기척은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가 아직 아니다. 북한에서 쓰는 말(북한어)이기에 올리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보고 싶다. 한 글자 많아서 별로인가? 길어도, 손기척이 노크보다 왠지 정겹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경봉,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9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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