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부족 등 공동 대응 …전기화 강화 등 장기전략도 추진
중동전쟁으로 유럽 연료비 부담 241조7천억원 늘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항공유 부족 가능성에 대한 공동 대처를 포함해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내놨다.
'EU 가속'(AccelerateEU)으로 명명된 이번 대책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EU가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고, 잠재적인 연료 부족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장·단기 방안이 담겼다.
우선 EU는 역내 연료의 생산과 수입, 수출, 재고를 추적하기 위한 '연료 관측망'을 구축해 여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항공유 등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나선다.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6주치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경고 속에 EU는 회원국 정부, 에너지 공급업체, 공항, 항공사들과 협력해 대체 항공유 확보를 조율하고, 이를 EU 전역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EU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산 항공유 수입 확대와 회원국의 최소 비축 의무 도입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스값 급등을 막기 위해 여름철 회원국들의 가스 비축을 EU 차원에서 조율하고, 필요시 비축유 방출에도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회원국별 가스 비축 목표는 기존의 90%에서 80%로 낮추고, 상황에 따라 75%까지 추가로 하향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국들이 취약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시적 국가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고, 에너지 소비 절감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열펌프와 태양광 설치 장려 정책 등 모범 사례도 공유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전기화를 더욱 강화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 여름까지 '전기화 강화 전략'을 공개하고, 전력에 대한 세금을 석유와 가스보다 낮추는 입법 제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 "유럽은 자국 기반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그럼으로써 에너지 독립과 안보를 강화하고, 지정학적 위기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는 대신 미국 등 다른 국가로 공급원을 전환했지만,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아시아와 제한된 공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현재까지 중동 전쟁으로 인해 EU가 추가 부담한 화석 연료 비용은 약 240억 유로(약 41조7천억원)로 추산된다.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는 1973년 '오일 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위기를 합친 것만큼 심각할 수 있다며, 에너지 시장 전망이 "최선의 시나리오로 따지더라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몇 달, 상황에 따라 몇 년 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수 있다"며 "설령 바로 내일 평화가 오더라도 카타르의 경우 파괴된 가스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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