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현실 일깨우는 영화 ‘힌드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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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현실 일깨우는 영화 ‘힌드의 목소리’

경기일보 2026-04-22 19:2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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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성결대 교수·영화평론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수상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강력한 경쟁작으로 등장해 긴장감을 던져준 영화가 있었다. ‘영화제와 정치’라는 이슈를 던지며 밤새 시네필을 토론하게 만든 그 영화, ‘힌드의 목소리’가 드디어 개봉했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첫 상영 직후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구호와 함께 22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화제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황금사자상 결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단 사이에 거센 논쟁이 불거졌고 한 심사위원은 시상식을 앞두고 자국으로 조기 귀국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영화는 최종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영화제를 마무리했고 올 초에는 그 어느 해보다 쟁쟁한 경쟁작 라인업 속에서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2024년 1월29일, 이스라엘-하마스전쟁이 한창이던 가자지구에서 총격을 받은 차 안에 갇혀 구조를 요청한 여섯 살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을 구하기 위해 적신월사(이슬람권 인도주의 구호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사투를 벌이는 긴박한 상황을 그린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소녀 힌드의 실제 통화 녹음과 기록을 그대로 영화 안에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튀니지 출신으로 자국 역사상 처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며 현대 튀니지 영화계를 대표하게 된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힌드의 실제 목소리와 구조팀 배우들의 연기를 교차시키고 휴대폰의 실제 영상을 화면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전쟁의 생생함을 폭탄도 화염도 없이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그렇게 이 영화는 최고의 전쟁영화이자 반전 정치영화가 됐다.

 

89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다. 힌드의 비극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가자지구의 참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 관람을 더욱 무겁게 만들지만 그 참상을 실체화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깊이 감정적으로 개입해 보게 만드는 힘이 남다르다.

 

힌드 라잡은 캐릭터가 아니라 인물 그 자체이고 그 목소리는 참상의 증거이므로 대체 불가능하다. 배우의 목소리로 힌드를 연기하는 대신 원본을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재현의 거리감을 지우고 그 인물을 애도하게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적 해원(解冤)이다. 실제와 연기라는 이질적인 두 층위가 충돌하는 순간 관객은 ‘지금 실제로 일어난 일을 듣고 있는 것인가’ 하는 불편한 인식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그 혼란 자체를 추동력으로 삼아 관객을 ‘감상’의 자리에서 ‘목격’의 자리로 끌어당긴다.

 

힌드의 목소리는 이제 스크린 위에 남아 전쟁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민간인 희생이 국제 관계 구도 안에서 끝내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그 애처로운 목소리는 극장을 나선 뒤에도 오래도록 들린다. 이 영화를 보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울리고 있을 다급한 아이의 전화를 받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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