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 뮤지션 | @jey.pov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뮤지션으로서의 제 색을 집요하게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음악은 너무 좋은데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 색깔이라는 건 상대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장르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비로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죠. 기대하는 평가가 없으니 오히려 마음도 가벼워졌고요. 이제는 R&B와 얼터너티브, 힙합을 오가며 저의 아주 주관적이고 현재적인 관점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어요. 흘러가는 대로.
MBTI
INTP. 어릴 때는 제 반려견 리오처럼 엄청 활동적이었는데 열여덟 쯤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이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I 무리에 있을 때는 E 같고, E 무리에 있을 때는 I 같고….(웃음)
주요 출몰 지역
일단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집. 자는 시간 빼고도 주로 집에 있어요. 주변이 조용하고 한적해서 그런지 생각하기 좋거든요. 참 많은 것을 해요. 일단 휴대폰을 가장 많이 보고, 리오를 끌어안고 뒹굴뒹굴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곧장 메모장에 적어요. 그 외에는 작업실이 있는 성수, 쇼핑할 때는 압구정, 친구들 만날 때는 한남.
휴대폰으로 주로 뭐 해요?
릴스 진짜 많이 보고, 쇼핑도 했다가, 가장 많이 하는 건 역시 새로운 아티스트 디깅.
최근 발견한 아티스트
Viuta. 이름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러시아 사람인 것 같아요. ‘Dial me’, ‘Never die’ 같은 곡들 전부 다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Elephant Man’이 가장 좋더라고요.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여름밤 느낌이랄까. 제가 밤을 참 좋아하거든요. 침대에 푹 파묻혀서 듣고 싶은 노래예요.
클럽 좋아하죠?
그럼요. 결혼한 뒤로는 많이 못 가지만 결혼 전엔 거의 매주 갔어요. 저희 부부가 워낙 클럽 문화를 좋아하거든요. 아내인 마유가 디제잉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최애 클럽
페이퍼. 하우스 장르를 트는 클럽인데, 특유의 여유 있고 코지한 바이브가 좋아요. 바람 부는 루프톱에서 술 한잔하며 쉬기 딱인 곳이에요.
한남동 스폿 추천
한남동 감자탕, 빠르크, 서울살롱. 한남은 아니지만 큐섹.
롤 모델
프랭크 오션. 음악적으로나 스타일적으로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아름다운 게 뭔지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흑인이자 퀴어로 천재적인 음악을 만들기까지의 다사다난한 스토리마저 자극이 되는 훌륭한 아티스트예요. 저도 그의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나를 표현하는 단어
‘정’. 그 단어가 좋아요. 제 본명이 정진형이기도 하고, 한국에만 있는 정말 독특한 정서잖아요.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한답니다.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
너무나도 많지만 역시 ‘사람’이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절대 혼자서는 못 하는 일이거든요.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고, 곡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좋은 사람들, 내가 믿는 사람들이 제게는 제일 소중해요. 그들과 만든 결과물이 그 어떤 것이라도 내가 감수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요.
만들고 싶은 노래
그냥 전 단도직입적으로 뭐든 아름다운 걸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노래에도 매 순간 내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들을 담고 있어요.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압도되는 느낌 있잖아요. 그 동물적인 감정을 선율이나, 목소리나, 사운드로 표현하는 거죠.
최근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
며칠 전 밤 리오랑 산책하는데 벚꽃이 너무 예쁘게 펴 있는 거예요. 흐드러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벚꽃에 무심한 편이었는데, 그날은 뭔가 달랐어요. 딱 좋은 봄 날씨랑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던데요.
멋있는 남자
스타일적으로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동경해온 사람이 있어요. 루카 사밧 @lukasabbat이라는 인플루언서이자 배우인데요. 10년도 더 전에, 슈프림이랑 파이렉스 입고 뉴욕 길거리를 누비던 소년 시절부터 그를 팔로우했었어요. 그런 그가 이제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패션 아이콘이 됐죠. 이런 성장 서사는 물론이고, 나이 들며 자연스럽게 남자다워진 모습도 진짜 멋있다고 생각해요. 발렌시아가 쇼장에서 그를 처음 마주쳤을 때 바로 달려가서 사진 찍어달라고 했을 정도라니까요.
하나의 브랜드만 입을 수 있다면?
ERD. 요즘에는 이만한 브랜드가 없는 것 같아요. 저를 미치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파리에서 열리는 쇼장에 꼭 초대돼서 그 광기를 피부로 느껴보고 싶어요.
최근에 잘 산 아이템
마유가 사준 ERD 벨트. 이거 꼭 자랑하라고 했어요. 오늘도 너무 화려한가 싶어서 다른 벨트 하려고 했는데 이걸 꼭 하고 가라고…. 하나 더 있는데, 노이만 U87이라는 마이크. 음악 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다 알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마이크예요. 엄청 비싸지도 색채가 강하지도 않지만 이 마이크를 만나고 역시 클래식이 최고구나 다시 한번 생각했죠.
좌우명
아버지가 되게 친구 같은 편인데, 매일 하시던 말이 있어요. 남자는 폼생폼사라고. 어릴 때부터 세뇌 교육을 받은 탓인지 저는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겉만 번지르르한 그런 거 말고, 머리와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는 남자. 그런데 이 폼생폼사가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옷보다, 머리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비겁하게 숨지 않아야 하고, 잘못된 일에 부딪힐 줄 아는 패기도 있어야 하고, 신념을 꺾지 않되 나와 다른 의견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죠. 그게 진짜 멋진 남자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 해소법
그냥 하기. 뭐든.
올해의 버킷리스트
번지점프, 그리고 운전면허 따기. 차일피일 미루다가 면허도 없이 서른이 됐다는 걸 최근에 깨닫고 좀 충격받았어요. 빨리 면허 따서 예쁜 차 운전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카메라 배우기. 특히 필름카메라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요. 늘 찍히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렌즈보다 뷰파인더 너머로 사람을 관찰해보고 싶어요. 어떤 순간을 형체가 있는 무언가로 만든다는 게 너무너무 낭만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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