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사심 결여, 한탕주의 취한 직원 일탈에 '채용 후 관리'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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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심 결여, 한탕주의 취한 직원 일탈에 '채용 후 관리' 통할까

르데스크 2026-04-22 18:11: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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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군에 걸쳐 내부 직원 개인 일탈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채용 전 철저한 필터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솜방망이 처벌을 의식한 한탕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아무리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 한다 해도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조직 시스템만으론 개인의 일탈을 막기 어려운 만큼 추천제나 평판조회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채용 전 위험 요소를 최대한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개인의 일탈이 해당 기업과 다른 임·직원, 주주와 사회 전체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횡령, 배임, 기술유출 등 내부 직원의 범죄 행위 만연…회사·법원의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유출 범죄 단속을 통해 검거된 인원만 378명에 달했다. 2024년(267명)에 비해 무려 41.5%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해외로 기술을 유출시킨 사례도 105건이나 됐다. 전체 기술 유출 범죄의 25% 수준이다. 통상 대부분의 기술 유출 범죄는 대가성 거래를 전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전적 이득을 노린 직원 개인의 일탈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체 기술 유출 사건의 82.7%(148건)는 피해 기업 임직원이 범인이었으며 경찰에 환수된 기술 유출 범죄수익 규모는 23억4000만원이었다. 환수금의 성격 자체가 높은 처우 등 미래의 경제적 이익을 전제로 한 이직 등은 제외된 것임을 감안하면 실제 범죄수익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적 이익을 노린 횡령, 배임 등의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2024년부터 작년 8월까지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10건 중 절반은 내부 직원에 의한 배임·횡령·사기 사건이었다. 사고 금액 규모는 293억원에 달했으며 구체적인 범행 유형으로는 배임 3건, 횡령 1건 등이었다. 구체적인 범행 유형은 담보 부풀리기를 통한 부당대출, 서류 위조 및 가족 명의를 이용한 부당대출, 고객 환급 비용 편취 등이었다. 대부분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 목적인 행위들이다.

 

▲ 최근 전 산업군에 걸쳐 내부 직원의 개인 일탈에 의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채용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사전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본사. ⓒ르데스크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적 이익을 노린 내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낮아진 직업의식과 이에 따른 소속감·애사심 결여, 한탕주의 문화 확산, 솜방망이 수준의 낮은 처벌 수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3 직업 소명의식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으로 여긴다는 인식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0년 45.3%, 2021년 48.4%, 2023년 51.4% 등이었다. 또 '평생 지금의 일을 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1.7%에 불과해 '평생직장'이란 개념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직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2024년 갤럽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51%는 이직을 고려중이다. 4년 전인 2020년(45%)에 비해 6%p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재 직장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6%에서 18%로 8%p 가량 하락했다. 같은해 같은해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남·여 직장인 9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퇴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 비중이 6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직장 개념과 이직 모두 애사심 혹은 소속감과 직결된 요소들이다.

 

기업 이미지 타격은 물론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까지 야기하는데도 내부 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은행·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총 1931억8010만원에 달했으나 환수 금액은 179억2510만원으로 피해 금액의 9.3%에 불과했다. 또 횡령 사건과 관련한 지시자·보조자·감독자 등에 위치에 있던 관련자 586명 중 중징계 비중은 20.7%(121명)에 그쳤다. 가장 낮은 수위의 처벌인 '주의'는 304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 여론 안팎에선 직원 개인의 일탈이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피의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법원의 판단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법원 등에 따르면 2024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혐의로 처벌받은 78건의 1심 재판 결과를 집계한 결과, 횡령액은 건당 평균 13억2800만원에 달한 반면 처벌 받은 평균 형량은 2년 11개월에 불과했다. 평균 결과만 놓고 보면 피의자는 연간 6억5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번 셈이다. 구체적인 사례도 수두룩하다. 지난 2023년 법원은 2019년 12월부터 1년 8개월간 19억8000만원을 빼돌린 한 수협 직원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나쁘지만 5억5000만원 가량을 갚았고 피해자인 신협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는 이유를 들었다.

 

"철통같은 내부통제도 개인 일탈 막기엔 역부족…추천제·평판조회 등 필터링 고려할 때"

 

최근 급증하는 개인 일탈 행위를 물리적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소속감이나 애사심이 크게 결여된 상황에서 시쳇말로 '한 건만 제대로 하고 몇 년 감옥살이 하면 그만'인 처벌 기준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철통같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일탈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 테스트 등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채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일탈 행위와 관련 깊은 개개인의 인성이나 성향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를 막기가 더욱 힘들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들과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선 개인의 일탈 방지 차원에서라도 '사후약방문'과 다름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보단 채용 단계에서의 필터링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전·현직 채용담당자 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 평판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91.3%(390명)에 달했다. 평판 조회가 필요한 이유(중복응답)로는 △업무능력 확인 △경력·성과 사실 확인 △인성이나 친화력 확인 △퇴사 이유 확인 △학력사생활 확인 등을 꼽았다.

 

▲ 미국에서는 임원이나 교수 등 공신력 있는 인사가 적격자를 추천하는 '레퍼럴(Referral·직원 추천 제도)' 방식이 보편적인 채용 모델로 자리 잡은 상태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 월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직장인.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이미 선진국에선 일반화 돼 있는 '추천 채용제' 역시 채용 전 필터링의 방법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일례로 미국에선 '래퍼럴(Reffrral)'이라는 직원 추천 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회사 임원이나 주요 대학 교수 등이 자격요건이나 직무에 맞는 인재를 추천하는 채용 방식이다. 만약 추천받은 인물을 채용할 경우 기업은 추천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추천 보너스까지 지급한다. 기업 입장에선 구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반대로 구직자에게는 자신의 역량에 맞는 기업에 입사할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평판조회나 추천제 등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편이다. 평판조회의 경우 '뒷조사'라는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도 뒤따른다. 또 추천제(래퍼럴)의 경우에도 공정한 채용 절차를 헤치는 '불공정' 행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 발생한 몇몇 채용비리 사건에서 생겨난 부정적 인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권력가나 기업의 이해관계자의 추천이라는 이유로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인물을 채용했다가 추후 알려져 여론의 공분이 일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비슷한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여전히 우리 국민의 뇌리엔 '추천제는 권력의 전유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내부 직원의 범죄 행위는 기업은 물론 주변 동료 직원과 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의 피해를 낳는다는 점에서 기존에 문제 됐던 부분을 수정·보완한 '채용 전 필터링' 체제 구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만 전제된다면 더욱 큰 부작용을 막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무리 견고해도 개인이 작심하고 저지르는 일탈을 완벽히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이미지 실추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사후에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채용 단계에서부터 평판 조회나 추천제 등을 통해 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선제적 필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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