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대란’ 심각한데 뒷북 행정…의료제품 수급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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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대란’ 심각한데 뒷북 행정…의료제품 수급 ‘도마 위’

헬스경향 2026-04-22 17:11:23 신고

3줄요약
예견된 중동위기에도 골든타임 놓친 보건당국
23년 법안소위서 합의된 ‘업무분담’ 구조 한계
원활한 수급 위한 주무부처 일원화 필요성 대두
나프타 대란으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대응에 나섰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의약품 수급과 관련해 주무부처가 식약처와 복지부로 이원화돼 있어 정작 사태를 책임지고 총괄할 단일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다(사진=AI생성 이미지).  

최근 중동사태 장기화로 석유화학 핵심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정이 제약업계와 의료현장을 덮치고 있다. 나프타 공급 차질로 원료의약품 합성에 쓰이는 유기용매는 물론 약포지, 시럽병 등 약국조제 필수소모품과 수액백, 주사기 등 의료제품 전반에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

상황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사태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4월 초에야 보건의약단체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협력선언을 채택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뒤늦게 행정절차 신속처리방침을 내놨다. 충분히 예견된 위기였는데도 한 달여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늑장대응 이면에는 주무부처가 복지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있어 정작 사태를 책임지고 총괄할 ‘단일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구조적 모순이 숨어있다.

■평시는 복지부, 위기 시엔 식약처?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의약품 수급 대응부처가 상황에 따라 이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위기대응의료제품법’ 제17조부터 제19조에 따르면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 발생 시 긴급생산·수입 명령 및 유통개선조치를 취할 강력한 법적 권한은 식약처에 있다. 2022년 타이레놀 수급사태를 해결한 것도 식약처였다. 반면 만성적인 의약품 수급 불안정사태에 대한 실질적 관리는 현행 약사법상 유통관리권한에 국한된 복지부가 맡고 있다. 실제로 2023년 3월부터 복지부 주관 아래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가 가동 중이다.

■스스로 기형적 ‘업무 쪼개기’에 합의한 정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형적 시스템이 두 부처 간의 합의에 의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본지가 2023년 12월 18일 국회 보건복지법안소위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수석전문위원은 복지부장관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의 내용이 현행 ‘위기대응의료제품법’에 따른 식약처의 권한과 중첩된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한 체계일원화가 필요했는데도 두 부처는 협의를 거쳐 위기대응 의료제품 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급 불안정 의약품 관리를 복지부에 떼주는 ‘업무 쪼개기’에 합의했다.

특히 의료제품의 경우 생산라인과 유통흐름 등 평상시 데이터가 축적돼야 위기 시에도 기민하고 정확한 통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식약처가 복지부에 업무를 떠넘긴 데 동의해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겉보기엔 원활한 협력? 실상은 책임회피 급급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식약처는 여러 차례 “위기대응법 발동은 즉각적이고 중대한 차질을 전제로 하며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역시 “의약품 수급 불안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부처 간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며 “나프타 위기상황은 식약처가 조치하고 복지부는 현장대응을 병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보건당국은 이를 ‘협력’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식약처는 당장 위기가 터져야만 나서겠다며 물러서 있고 복지부는 '역할 분담'이라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 결국 평시는 복지부, 위기는 식약처로 쪼개진 비효율적인 시스템 탓에 두 부처가 서로 눈치를 보느라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복지부는 “필요 시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이는 사실상 현재의 쪼개진 이원화시스템으로는 위기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부처이기주의 버리고 콘트롤타워 일원화해야”

보건의료계는 국민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수급관리를 상황에 따라 두 부처가 나눠 맡는 행태를 두고 책임을 분산하기 위한 ‘부처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이번 사태처럼 언제든 예고 없이 돌발적으로 닥칠 수 있어 평소 선제적 대비와 즉각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위기가 터진 후에야 관할부처를 따지며 허둥대는 지금의 이원화된 시스템으로는 제2·제3의 의약품 대란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합의라는 명분 아래 기형적으로 쪼개진 현 시스템을 더 늦기 전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평시 모니터링부터 위기대응, 강력한 생산·유통까지 책임감을 갖고 일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권한을 갖춘 ‘단일 콘트롤타워’로 수급체계를 즉각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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