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토큰증권(STO) 제도화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아시아 탄소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하나의 금융 인프라 재편 과제로 묶어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디지털 자본시장과 녹색 디지털 금융의 통합 전략’ 세미나를 열고 한국녹색금융포럼·아시아개발은행(ADB)·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이 후원했다.
산업계·학계·법조계·정책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자산의 디지털화만으로는 부족하고, 발행·유통·결제·공시·국가 간 연결 구조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 STO, 이제는 입법이 관건
첫 발표에 나선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토큰증권(STO)의 제도와 시장 구조’를 주제로 STO를 단순한 블록체인 응용상품이 아니라 자본시장 외연을 넓히는 제도 혁신 수단으로 규정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권리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디지털 증권으로 법적 성격은 기존 증권과 같지만 발행·관리 방식이 다르다.
부동산·예술품·지식재산권 같은 비유동 자산을 쪼개 투자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크지만 유통 규칙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갖춰지지 않으면 제도화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유신 원장은 전통 증권의 T+2 결제 구조와 달리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권리 이전 자동화, 24시간 거래 가능성, 소액 단위 투자 확대 등이 STO의 강점으로 제시됐다.
▲ 스테이블코인, ‘배관망’ 경쟁의 핵심
서병윤 DSRV 대표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인프라의 진화’ 발표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의 본질이 개별 상품이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결제·정산 인프라에 있다고 짚었다. 지금의 국제 송금망과 카드 결제망은 중개 단계가 많고 정산에 시간이 걸리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비용을 줄이고 거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을 토큰화하더라도 실제 거래가 원활하려면 마지막 단계인 결제와 정산이 디지털화돼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STO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결국 누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를 체결·정산할 수 있느냐가 금융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며 제도 설계와 기술 표준을 먼저 갖춘 국가가 시장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 탄소시장도 ‘디지털 연결’이 답
녹색금융 세션에선 아시아 탄소시장의 분절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Fragmentation에서 Connectivity로: DBMF와 탄소시장에서의 데이터 기반 녹색금융’ 발표에서 아시아 각국 탄소시장이 제도와 데이터, 인프라 측면에서 제각각 흩어져 있어 시장 신뢰와 거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 전산화 수준의 디지털화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상호 연결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허규만 ADB 박사는 ‘아시아 탄소 시장의 디지털 전환: ADB의 ASEAN+3 역내 탄소감축 협력 전략’을 통해 역내 탄소감축 협력이 제도 논의를 넘어 실제 거래·검증·정산 체계로 작동하려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감축 실적을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관리해 국가 간 신뢰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 따로 갈 수 없는 세 의제
종합토론에서는 디지털 자본시장과 녹색금융을 별개 정책으로 다뤄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유광열 한국녹색금융포럼 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정유신 원장, 서병윤 대표, 현석 교수, 허규만 박사와 함께 심건호 후시파트너스 부대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디지털 자본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STO 제도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혁신, 탄소시장 디지털 전환을 각각 따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아래 묶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산을 디지털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거래·결제·공시·국가 간 연결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비로소 시장이 커지고, 한국 금융산업도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날 세미나의 결론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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