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연극 ‘마우스피스’가 흔드는 창작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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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연극 ‘마우스피스’가 흔드는 창작의 권리

뉴스컬처 2026-04-22 16:27: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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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끌어와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안은 연극 ‘마우스피스’는 관객의 시선과 윤리 감각까지 동시에 겨냥하는 작품이다.

공연은 서사를 전달하는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관객이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어떤 조건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계속해서 의식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그 과정에서 극장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작품의 중심에는 극작가 리비와 데클란이라는 두 인물이 놓여 있다. 창작의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 새로운 소재를 필요로 하는 리비와, 현실의 조건 속에서 자신의 재능이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데클란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 만남은 감정적 교류로만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삶이 서사의 재료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은 관계의 변화라기보다는 서로의 존재 방식이 충돌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무대는 리비가 만들어내는 글과 그 글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데클란의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관객은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중에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보게 되며, 그로 인해 무엇이 실제로 경험된 것이고 무엇이 재구성된 이야기인지 계속해서 구분을 시도하게 된다. 혼재된 구조는 명확한 구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 불확실성을 통해 무대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작품이 지속적으로 다루는 핵심은 예술 행위가 갖는 책임의 범위다. 누군가의 삶을 가져와 이야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고, 그 선택이 누구의 시선에 의해 정당화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작품은 이를 특정한 결론으로 정리하지 않고, 오히려 그 질문이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도록 구성하여 관객이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한다.

리비라는 인물은 창작자로서의 욕망과 윤리적 부담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가 선택하는 소재와 그것을 구성하는 방식은 창작의 결과물로 읽히는 동시에, 타인의 삶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행위로도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인물은 확신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끝까지 직면하게 된다.

데클란은 자신의 삶이 무대 위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직접 마주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결정할 권한을 갖지 못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은 분노나 혼란으로 정리되지 않고 복합적인 반응으로 축적된다. 그의 존재는 서사의 대상이 되는 순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다른 구조 안으로 흡수되는지를 보여준다.

두 인물의 관계는 개인적인 감정의 흐름을 넘어 구조적인 비대칭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존재하더라도 이미 설정된 위치의 차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그 차이는 대화와 선택의 과정 속에서 계속해서 드러난다. 이로 인해 무대는 관계의 변화보다 그 관계를 둘러싼 조건 자체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연극은 2인 중심의 구성을 통해 극도의 밀도를 유지한다. 인물의 수를 최소화한 대신 각각의 움직임과 말, 침묵이 모두 의미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결과 장면 하나하나가 긴장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관객은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보다 인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와 반응에 집중하게 되며, 그 집중이 공연 전체의 흐름을 지탱한다.

김여진은 리비라는 인물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정돈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감정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말과 행동 사이의 간격, 그리고 그 간격 속에서 드러나는 망설임이 인물의 복잡한 상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관객이 인물의 선택을 단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성우가 연기하는 데클란은 감정이 급격히 표출되기보다는 누적된 상태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억눌린 감정이 순간적으로 터지기보다는 장면이 진행될수록 점차 드러나는 구조를 통해 인물의 현실성이 강화되며, 그 과정에서 관객은 그의 선택이 여러 조건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참여는 작품의 밀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우정원은 직선적인 감정 표현을 통해 장면의 긴장감을 강화하고, 김정은 세밀한 감정 조율로 인물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낸다. 이재균은 강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서사의 흐름을 밀어붙이며, 문유강은 절제된 표현을 통해 감정의 과잉 없이도 긴장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연기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전체적인 균형이 만들어지고, 그 균형 위에서 작품의 긴장이 유지된다.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모습, 사진=㈜연극열전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객석에 남는 침묵은 작품이 남긴 감정의 잔상을 보여준다. 관객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장면의 흐름을 다시 떠올리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작품이 던진 질문들이 천천히 이어진다.

‘마우스피스’는 예술이 현실을 가져와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드러낸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행위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 있으며, 그 전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대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시킨다.

또한 작품은 관객이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까지도 함께 드러낸다. 누군가의 삶이 이야기로 전환된 결과를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어떤 구조 안에 놓여 있는지를 의식하게 만들며, 관객이 단순한 관람자로 머물 수 없도록 만든다.

결국 공연이 남기는 것은 명확한 해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질문이다. 예술이 어디까지 현실을 가져와도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공연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은 채 이어진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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