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반복에도 보상 한계…‘집단소송법 확대’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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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반복에도 보상 한계…‘집단소송법 확대’ 논의 본격화

투데이신문 2026-04-22 16:24: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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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과 참석자들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단소송법 도입 촉구 국회,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과 참석자들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단소송법 도입 촉구 국회,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집단소송법 확대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피해 구제 강화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경영 부담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어 제도 도입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국회에서 집단소송법 공청회를 열고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집단소송법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우 대표 원고 1명이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판결 효력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증권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집단소송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소급 적용 여부, 별도로 소송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을 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두고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집단소송법 확대 논의가 재점화된 배경에는 지난해 SK텔레콤, 롯데카드에 이어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애플 배터리 성능 저하 사건, 티메프 사태 등 기업 과실로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서 지난해 12월 쿠팡 사태를 두고 “3400만명이 피해자인데 그 사람들이 일일이 소송 안 하면 (피해 보상을) 안 주는 것 아니냐”며 “집단소송제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행 민사소송법상 피해자 개개인이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야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기업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운 만큼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집단소송법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19개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13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를 출범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 국회가 기업 청문회나 국정조사에 그치지 말고 입법으로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범 당시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오병일 대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온라인 영역이 활발해진 2000년대부터는 옥션 사태, 카드 3사 사태 등 매년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솜방망이 과징금과 쥐꼬리 보상으로 마무리돼 왔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집단소송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집단소송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여권을 중심으로 집단소송법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지난 1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을 포함한 20여명의 의원들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일부 법조계에서도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다수 국민의 권리구제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는 일부 피해자의 소송을 통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수 국민의 권리를 일괄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소액·다수의 피해 사건에서 개별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핵심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손해배상만으로는 기업의 반복적·조직적 위법행위를 억제하기 어렵다”며 “나아가 집단소송법은 도입 이전에 이미 발생한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소급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집단소송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확보한 ‘집단소송법의 정석’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37개 국가에서 모두 사실상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특히 미국은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집단소송법 도입 시 막대한 손해배상 부담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기업 이미지 훼손과 주가 하락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 경우 지난해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SKT·KT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집단소송법 확대 논의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설정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권재열 교수는 본보에 “기업이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면 그 부담이 결국 주주나 근로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증권 분야에 한정된 제도를 다른 거래 영역까지 일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거래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소급 적용이 이뤄질 경우 기업 경영 혼란, 경쟁사 간 분쟁이나 명예 훼손 수단으로 악용, 주가 하락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제도 확대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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