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제시 문자
침대 위. 새벽 2시다. 카카오톡 대화창에 몇 번이나 썼다 지운 문장이 남겨져 있다.
- - “오랜만이네. 네가 좋아하던 카페 지나가다 생각나서 연락했어. 잘 지내길 바라.”
상담 업체에서 시킨 이른바 가능성 제시 문자다. 미련이 없는 척 담백하게 쓰되, 상대가 속내를 궁금해하도록 찔러보는 게 목적이란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춘다. 찝찝해서다.
골목길 고양이와 참치캔
이런 문자는 길 잃은 고양이에게 참치캔 틈만 살짝 벌려두고 숨어서 지켜보는 행동과 닮았다. 거둬서 키울 생각은 없으면서 고양이가 다가오는지 반응만 살피는 거다.
내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기는 두려우니 밑밥만 툭 던져놓는다. 상대가 덥석 물면 내 가치가 증명된 것 같아 안도한다. 무시당하면 그저 가벼운 안부 인사였을 뿐이라고 정신 승리할 여지를 남겨둔다. 상처받지 않을 얕은 울타리 안에서 타인의 감정을 조종하려는 비겁한 방식이다.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표현 자체에 오만함이 묻어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태도다.
이별 후 밀려오는 불안감을 숨기고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진실한 대화는 나 여기 있으니 네가 알아서 다가와 보라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얄팍한 수작이 가리는 것
문자를 받은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뜬금없는 안부 인사에 며칠 밤을 뒤척이며 숨은 의미를 헤집게 된다. 마음이 식었든 남아있든 찝찝하고 혼란스럽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고의로 혼란을 안겨서 얻어내는 반응을 애정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건 마음이 움직인 게 아니라 억지로 끌어낸 불쾌감에 가깝다.
연락을 하고 싶다면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는 편이 낫다. 목소리가 떨리더라도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훨씬 단단해 보인다. 애매한 문구 뒤에 숨어서 상대의 반응을 채점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좀먹는다. 사람의 마음은 툭툭 찔러서 반응을 살피는 장난감이 아니다.
다시 침대 위 카카오톡 화면이다. 상담사가 짜준 매끄럽고 기만적인 문장을 지움 키를 눌러 전부 지워버린다. 알량한 수작으로 상대를 흔드는 것보다, 차라리 며칠 더 그리워하며 우는 게 지나간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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