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야는 대규모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한목소리를 냈으나, 법안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법을 적용하는 '소급 적용' 여부를 놓고 가파른 대립각을 세웠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전문가 4명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집단소송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 1명이라도 국가나 기업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기면 판결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되도록 한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5년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다. 이번 공청회는 쿠팡·SK텔레콤 등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열렸다.
與 "소급 적용은 절차적 편의, 위헌 아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들은 소급 적용이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발의된 14개 관련 법안 가운데 사실상 정부안인 박균택 민주당 의원 안 등 총 9개 법안에 소급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안 날로부터 3년,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를 집단소송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박균택 의원은 "집단소송법을 소급적용한다고 하는데 이미 의무가 있던 책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소송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과연 이것이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 "헌법 13조는 형사처벌·재산권 박탈·참정권 제한의 경우에만 소급 입법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희 의원은 "부진정 소급효(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신법을 적용)의 경우 대법원에서도 인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위헌 문제도 없어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기표 의원은 "손해를 가한 만큼 배상하게 하고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는 자본주의와 민법의 대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한 피해를 보고도 소송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손해를 끼치고도 배상하지 않은 금액은 부당이득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재산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거론하며 "법원이 소송을 허가할 수 있는 조항을 법안에 넣으면 남소 우려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野 "중소기업 도산 우려…ISD 소송 가능성도"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소송제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소급 적용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고, 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 위배된다"며 "집단소송법에 소급 적용까지 포함되면 기업들은 '묻지마 소송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은 "대기업은 이런 피해를 감당할 능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굉장히 취약하다. 회사가 아예 망할 수도 있다"며 중소기업 피해를 우려했다.
외교적 파장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규택 의원은 "유독 집단소송법에만 소급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만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소급법을 인정해 잘못될 경우 외국에서 투자자-국가 간 분쟁 소송까지도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경원 의원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때 소비자와 피해자의 이익, 주주와 근로자의 이익을 같이 봐야 한다"며 "쿠팡을 겨냥하면서 소급효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면 외교적 이슈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도 엇갈려…"필수 제도" vs "정교한 설계 먼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변웅재 강남대 특임교수는 "특히 AI와 플랫폼 경제 시대에 집단소송 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경수 변호사도 "소액·다수의 피해를 양산하고도 '남는 장사'가 되는 기업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강력한 억제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권용수 건국대 부교수는 "남소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주주·근로자의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소급입법 등 기존 법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입법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도 "소비자·개인정보·환경 등 구조적 피해가 명확한 분야를 우선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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