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당수의 지자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과정에서 언어 장벽과 복잡한 행정 절차, 담당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브로커에게 실무 전반을 위탁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법무부가 이달부터 약 3개월간 계절근로자 도입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돌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점검은 100명 넘게 계절근로자를 받았거나, 과거 계절근로자 관련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전국 27개 시·군을 정조준하고 있다. 만약 위반 사항이 적발되거나 숙소 개선 등 시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 향후 계절근로자 배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각 지자체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법적 책임의 무게가 예전과 다르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1월 23일부터 시행된 개정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11의2호는 계절근로자의 선발·알선·채용에 개입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과거 행정 편의를 위해 묵인되던 '지자체-민간 알선업자-농장주'의 은밀한 연결 고리가 이제는 지자체 공무원과 농장주까지 공범으로 연루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이러한 사법 리스크와 행정적 제재 가능성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 핵심은 행정의 직접화와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규범 준수) 시스템'의 구축이다. 경남 거창군 모델처럼 브로커에게 의존하던 비자 취득 및 행정 절차를 군청에서 직접 수행하고, 현지 면접을 통해 근로자를 직접 선발하는 등 민간 개입의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더불어 여권 압수나 임금 착취와 같은 인신매매성 범죄를 지자체 차원에서 예방하고 관리할 구체적 매뉴얼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농가와 근로자 간의 근로계약 체결 시 '신분증 및 통장 압수 금지'를 명확히 고지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징구해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 내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농가의 임금 지급 내역과 숙소 등 생활환경을 법무부 점검 기준에 맞춰 정기적으로 교차 검증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법 요소를 조기에 차단하고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지역 농어가의 계절근로자 쿼터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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