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파트너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북미 공략에 나섰다.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미국 해군 표준에 맞춘 설계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체결된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의 양해각서는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사양에 최적화된 함정 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함정 시장까지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해군은 자국 기준과 인증 체계가 까다롭기로 유명해, 외국 조선사가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해군 수상함 설계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온 전문 기업과의 협력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는 이지스 구축함과 차세대 호위함 등 주요 전력의 설계 경험을 보유한 기업으로, 미국 해군의 요구 성능과 기술 기준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이 이들과 손잡았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미국 방산 생태계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향후 수주 경쟁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약의 또 다른 핵심은 '설계-건조-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통합 역량 구축이다. 양사는 미국 현지와 국내 생산 거점을 연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효율적인 생산과 장기 운영까지 고려한 함정 설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납품 중심이 아닌, 장기 사업으로 이어지는 방산 프로젝트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구조는 수익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이번 협력은 선례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동일 파트너와의 협업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화오션 역시 유사한 경로를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단순 추격이 아니라, 건조 역량과 설계 역량의 결합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화오션이 SAS 2026 전시회에서 단독 대형 부스를 운영하며 첨단 함정 라인업을 공개한 것도 이러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장보고-Ⅲ 잠수함,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 전략 수송함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기술력 과시를 넘어 실질적인 수주 기회를 확보하려는 행보다. 특히 유무인 복합 전력과 차세대 함정 개념을 동시에 제시한 점은 향후 해군 전력 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협약은 한화오션이 '국내 중심 조선 방산 기업'에서 '글로벌 해양 방산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라는 최대 방산 시장에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 그리고 설계·건조·운영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맞물리며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한화오션 글로벌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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