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조종사가 주력 전투기인 F-15K로 작전 중 개인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다 공중 충돌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군은 해당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내부 징계와 거액의 변상 조치를 내렸고, 이후 감사원 판단을 거치며 변상액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고는 2021년 12월 24일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발생했다. 당시 조종장교였던 A소령은 2인승 전투기 2대로 구성된 편대 비행 임무에 참여했다. 임무 전 브리핑에서 그는 인사이동을 앞두고 마지막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비행 장면을 촬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문제는 복귀 과정에서 발생했다. A소령은 요기(편대장기를 따르는 항공기)를 조종하며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편대장 역시 촬영을 돕기 위해 후방석 탑승자에게 촬영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소령은 별도의 교신 없이 기체를 급상승시켜 뒤집는 기동을 실시했다. 자신의 기체를 위쪽에서 촬영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돌발 기동은 곧 위험 상황으로 이어졌다. 두 기체 간 거리가 급격히 좁혀졌고, A소령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회피 기동을 시도했다. 편대장 역시 고도를 낮추며 대응했지만 결국 두 전투기는 충돌했다. A소령 기체의 왼쪽 꼬리 날개와 편대장기의 왼쪽 날개가 맞부딪히며 양쪽 모두 손상을 입었다. 다행히 두 기체 모두 추락 없이 기지에 착륙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작지 않았다. A소령이 조종한 전투기에서는 6개 부품, 편대장기에서는 45개 부품을 교체해야 했고, 부품 비용만 약 8억7800만 원에 달했다. 공군은 A소령에게 정직 징계를 내렸고, 이후 그는 전역해 민간 항공사 조종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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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또한 회계직원책임법을 적용해 A소령에게 전액 변상을 명령했다. 해당 법은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국가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변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소령은 약 8억7871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A소령은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자신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종사는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변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기동이 편대장의 묵인 또는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감사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조종사가 전투기를 운용하는 동안은 ‘물품 사용 공무원’에 해당해 회계직원책임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봤다. 또 해당 기동은 사전 승인 없이 이뤄졌고, 다른 조종사들의 진술에서도 돌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며 ‘암묵적 동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변상액은 크게 줄였다. 감사원은 당시 비행 중 개인 촬영이 일정 부분 관행처럼 이루어졌고, 사전 브리핑에서도 촬영 계획이 공유됐던 점을 고려했다. 또한 공군이 이러한 관행을 명확히 통제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A소령이 사고 이후 기체를 안전하게 복귀시켜 추가 피해를 막은 점, 장기간 성실히 복무한 점 등을 반영해 변상액을 약 8787만 원으로 감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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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군 내부 안전 관리와 기강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가의 첨단 장비를 운용하는 전투기 조종 상황에서 개인 촬영이 관행처럼 허용된 점은 안전 규정 관리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전투기 운용은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분야”라며 “비행 중 사적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지휘 체계를 엄격히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공군은 이 사고를 약 4년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은 A소령의 감사원 재심 청구 과정에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감사원 역시 기종이나 부대 위치 등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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