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월스트리트 붕괴의 기록…신간 '1929'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1920년대 미국에서는 장기 호황 속에 주식시장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시장은 견고하고,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낙관론이 넘치는 가운데 사람들은 빚을 내 주식을 사고, 달콤한 수익을 손에 쥐었다. 거품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불길한 신호는 가볍게 무시됐다. 그리고 1929년 10월, 주식시장이 붕괴했다. 대공황의 서막이었다.
미국 저널리스트 앤드루 로스 소킨은 신간 '1929'에서 대공황으로 이어진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의 해를 다룬다. 무엇이 그 사태를 초래했고, 왜 다가오는 파국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헤치고 그 안에 담긴 탐욕과 야망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은 8년에 걸친 취재와 조사를 토대로 한다. 이 사건이 일어나는 데 일조한 거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공격적인 투기를 주도한 내셔널시티은행의 찰스 미첼, 월스트리트의 막후 실세였던 J.P.모건의 토머스 러몬트, 위기 앞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던 대통령 허버트 후버 등 약 100년 전 파국의 중심인물들을 소환한다.
현대 소비 경제가 탄생한 1920년대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이 고임금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상품 시장이 형성됐고, 사람들은 자동차, 라디오, 세탁기 등을 사들였다. 이 모든 소비를 가능하게 한 것은 지금 사고, 나중에 갚는 '신용'이라는 '상품'이었다.
1919년 제너럴 모터스가 신용으로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소비를 위해 빚을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미국의 오랜 금기가 깨졌다. 신용판매 문화가 확대되면서 월스트리트도 신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수천 명의 중산층 미국인들은 증거금 거래 계좌를 개설해 주식 구매액의 10% 또는 20%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빌릴 수 있었다. 시장이 상승하면 그 수익은 공짜처럼 느껴졌다. 미국인들은 이제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저축할 필요가 없었다. 낙관론과 함께 태어난 차입은 습관이 되었다. 내일에 대한 믿음이 유지되는 한, 빚은 미래로 끝없이 이월시킬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주식 투기가 만연하고 쉽게 돈을 벌게 되자 대부분의 사람이 빚을 내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증권사는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부여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투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마비됐다. 정부는 조치를 취할 시기를 놓쳤다.
그리고 쉬운 신용 대출 위에 세워졌던 과열된 시장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격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는 증권사의 계좌 청산과 주가 하락의 악순환 고리를 작동시켰고, 더 맹렬한 매도 주문이 시장을 덮쳤다. 사람들이 가진 재산의 가치가 급락했다. 그러나 갚아야 할 빚은 그대로였다. 그 경제적 타격은 나라 곳곳으로 퍼졌고 불황은 이후 10여년간 많은 미국인에게 큰 고통을 줬다.
"1932년까지 주가는 1929년 정점 대비 80% 이상 폭락했다. 현금이 절실해진 예금주들은 패닉 상태에서 은행으로 몰려들었고, 이로 인한 뱅크런은 미국의 심장부라 불리는 중부 지역의 은행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렸다. 1만1000개에 달하는 은행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고 약 1300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률은 23.6%에 달해 사람들은 양철 오두막에 살며 무료 급식소 앞에 줄을 섰고, 부랑자들은 일자리나 구걸할 곳을 찾아 철도를 따라 떠돌았다."
저자는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핵심인 '신뢰'는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100년 전 그때와 오늘날의 정치, 경제 환경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경고가 있어도 좋은 시절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며 그러한 집단적 열기 속에 인류는 또다시 이성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치료제는 규제도 아니고 의심도 아니며, 바로 겸손이다. 즉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시장도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고, 어떤 세대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우리가 가진 확신의 높이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추락한다."
웅진지식하우스. 조용빈 옮김. 신현호 감수. 6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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