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기 충남새농민회 회장
요즘 농협 개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농촌은 갈수록 사람이 줄고, 일손은 부족하고, 농산물 값은 늘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제 역할을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농업인이 같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는 농협 개혁 방향을 보면 한 가지 걱정이 앞선다.
과연 이 개혁이 우리 농업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도를 바꾸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직선제가 되면 더 민주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거가 커질수록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지면 결국 돈과 조직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이나 편 가르기가 생길 수도 있다.
협동조합은 서로 돕고 함께 가는 조직인데, 선거 경쟁이 과열되면 그 분위기가 흐려질까 걱정이다.
또 하나는 권한이 더 중앙으로 쏠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큰 선거를 통해 선출된 회장은 그만큼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역 농축협이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중앙의 눈치를 더 보게 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농협은 일반 회사가 아니다. 농업인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그런데 최근 개혁 논의를 보면 외부에서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농협이 점점 공공기관처럼 운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농업인들도 많다.
충남지역만 봐도 농업 형태가 제각각이다. 벼농사 중심 지역도 있고, 과수나 축산이 중심인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제도를 바꾸면 현장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역은 지역대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는지, 농번기에 일손을 구할 수 있는지, 농사 짓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절실하다.
농협 개혁도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변화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고 있는지는 꼭 짚어봐야 한다.
위에서 정해 내려오는 개혁이 아니라, 우리 농업인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어야 한다.
농협은 농업인의 것이다. 개혁 역시 농업인을 중심에 두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농협이 앞으로도 농업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을 수 있다./이주기 (사)한국새농민 충청남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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