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포털 네이트(NATE)가 14년 넘게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고 대대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구글과 네이버가 주도하는 '범용 검색' 경쟁에서 과감히 발을 빼는 대신, 이용자가 머무는 '체류형 플랫폼'으로 체질을 개선한 전략이 통한 결과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검색의 개념이 바뀌는 시점에서 네이트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은 레거시 플랫폼의 새로운 생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2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네이트를 운영하는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3월 2011년 9월 이후 무려 173개월 만에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효율' 중심으로 재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네이트의 2025년 실적 지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전년 대비 영업손실은 38.5% 줄어들었으며,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역시 21.8% 감소했다. 고정비를 줄이면서도 광고 매출이 견조하게 버텨주자 수익성 지표가 가파르게 개선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무 통합과 리소스 효율화를 통해 경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며 "월평균 적자 폭이 2024년 대비 절반 가까이 축소되는 등 구조적인 개선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네이트의 이번 반등은 '포털은 무엇이든 다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데서 시작됐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AI 검색 엔진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네이트가 가진 기존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체류형 플랫폼'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네이트판, 네이트온, 그리고 새롭게 론칭한 커머스 모델이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700만명을 자랑하는 '네이트판'은 네이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네이트는 이를 기반으로 피드형 이용 경험을 강화해 이용자들이 더 오래 머물며 반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때 국민 메신저였던 '네이트온'은 이제 범용 메신저가 아닌 목적형 소통을 위한 '세컨드 메신저'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업무용이나 특정 그룹 간의 소통 수요를 흡수하며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최근 론칭한 폐쇄형 커머스 '네이트 온딜'은 커뮤니티와 메신저를 잇는 마지막 퍼즐이다. 이용자들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트래픽을 끌어모으는 것보다 한 번 들어온 유저가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플랫폼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라며 "네이트는 '검색 결과의 양'이 아닌 '이용자가 머무는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트는 흑자 전환으로 마련한 동력을 중장기 성장 엔진 확보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B2B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추진 중이며, 이는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기존 '온딜' 모델을 고도화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부 혁신 역량'의 수혈이다. 네이트는 스타트업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 외부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 서비스에 즉각 접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트의 이번 실험은 '레거시 포털의 생존 공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 포털과의 전면전 대신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공략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식은 중소형 플랫폼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이번 월간 흑자 달성이 일시적 비용 절감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새롭게 시도하는 커머스와 B2B 모델에서 실질적인 매출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간 흑자 구조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관계형 서비스'의 확장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트가 더 이상 네이버와 경쟁하는 범용 포털이 아니라고 선언한 점이 오히려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며 "커뮤니티의 공감, 메신저의 관계, 커머스의 전환을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내실 있는 강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얼마나 공고히 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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