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인당 검색 인천공항 2배"…공사 "구조적인 문제 아니다"
전문가 "보안요원 벌주는 데 그치지 말고 근본 대책 들여다봐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최근 김해공항에서 실탄이 걸러지지 못하고 여객기에 반입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항 보안 검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는 공항 혼잡도에 비해 검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한국공항공사는 보안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 항공청, 김해공항 과태료 부과…공항공사 이의신청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오전 7시 30분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한 A씨는 가방에 실탄 1발을 소지한 채 김해국제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이후 A씨는 다음 날 오후 7시 10분께 제주공항에서 부산행 항공편에 탑승하려다 보안 검색 과정에서 가방 안에 있던 실탄 1발이 적발됐다.
김해국제공항에서는 걸러지지 못한 실탄이 제주공항에서는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조사한 부산지방항공청은 한국공항공사 김해공항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공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항공청은 과태료 부과 사실과 이유에 대해서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도 이의신청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검색 실패가 개인의 과실로 판단될 때 이의신청을 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사건 발생과 처리 과정이 김해공항 보안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면 검색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검색요원 과실에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항상 사건이 끝난다는 지적이다.
◇ 노조 "검색 인력 부족" vs 공사 "인력 문제없어"
전국보안방재노동조합이 김해공항과 다른 공항의 보안 검색 인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보안 검색 인력 정원은 235명으로, 인천공항(1천924명), 제주공항(311명), 김포공항(300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연간 보안요원 1인당 검색 건수는 인천공항이 약 1만9천명이고, 제주공항 약 4만8천명, 김포공항 약 3만8천명, 김해공항 약 3만6천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제주·김해공항의 1인당 검색 건수는 인천공항 대비 187~249%로, 업무량이 두 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중 김해공항이 가장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통계상으로는 김해공항이 제주·김포공항보다 1인당 검색 수가 적지만 김해공항 특성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김해공항은 김포와 제주와 달리 국제선 위주의 공항이라 수화물이 훨씬 많다.
실제로 1인당 수화물 처리량을 분석해보면 김해공항이 1년에 304t으로 김포공항(218t), 제주공항(272t)보다 훨씬 많다.
특히 김해공항 특성상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전체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몰려 혼잡도가 극심한데 현 인원으로는 꼼꼼한 검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설정된 정원도 현실에 맞지 않게 턱없이 부족한데 정원이 한 번도 채워진 적도 없다고 노조는 말한다.
노조에 따르면 보통 정원의 10%가량이 휴직에 들어가는데 대체인력은 보안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단기 대체 인력이 투입돼 단순 업무에만 투입된다.
낮은 처우와 업무 부담 등으로 한해 퇴직자 발생 비율도 20%에 달해 신규 직원이 충원되기 전까지 업무 공백도 발생한다.
검색 업무 특성상 피로도가 업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7조 4교대 근무가 진행되는 김해공항은 한 명의 보안 요원이 4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형태로 1년 동안 최대 292일을 일한다. 인천공항은 208일, 제주공항은 273일 수준이다.
인적 검색 오류를 보완할 장비도 부족하다.
3D 정밀 검색이 가능한 CT X-ray의 경우 제주공항은 2019년부터 설치되어 운영 중이지만, 김해공항은 올해 설치돼 운영 예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조는 인력 충원 없이는 보안 사고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김해공항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는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보안 검색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 사고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없다"며 "승객 대부분이 오전에 몰려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2024년 19명, 지난해 11명, 올해도 16명을 증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해공항의 보안 현장 목소리는 달랐다.
한 김해공항 보안 검색 요원은 "검색 실패하면 직원들은 문책당하고 매뉴얼대로 하면 줄이 길어지면 승객과 항공사들의 각종 민원에 시달린다"며 "승객은 쏟아지는데 완벽하게 수화물 개봉 검색을 하려면 지금 인력과 시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전국보안방제노조 관계자는 "오류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하루에 수백·수천건을 판독하는데 당연히 오류가 날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교대제를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큰 틀에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인력 문제와 보안 사고는 상관없다고 하는 공사의 태도가 책임 회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안 검색요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은 "실제로 보안 검색요원이 실탄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데 총알 못 찾아냈다고 검색요원 벌주는 데 그치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업무 특성상 요원들의 피로도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인력 충원은 신중해야겠지만 보안 검색 효율을 높이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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