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밭두둑에 씌울 비닐이 없어요"…영농철 앞두고 농민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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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밭두둑에 씌울 비닐이 없어요"…영농철 앞두고 농민 '시름'

연합뉴스 2026-04-22 10:48: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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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원유 2배 올라 면세유·비닐·비료 등 농자재값도 '껑충'

사재기 조짐도…"생산비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 제자리" 이중고

임실군의 한 밭에서 두둑에 필름을 씌우고 있는 유남규씨. 임실군의 한 밭에서 두둑에 필름을 씌우고 있는 유남규씨.

[촬영 나보배]

(임실=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이틀 뒤에 오시면 필름(농업용 멀칭 비닐)을 하나 구해놓을게요. 하나 이상은 구할 수는 상황이에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지난 21일, 임실군의 한 자재 판매장을 찾은 서모(72)씨는 '필름 재고가 없다'는 말에 낙담하며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참깨 농사를 짓는 그에게 모종을 심기 전 밭두둑에 검은색 필름을 씌우는 작업은 필수다.

하지만 필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밭을 고르는 작업만 하고 있다.

유씨는 "3천300㎡ 밭에 500m 길이의 필름 3개가 필요한데, 지금 한 개밖에 못 구했다"며 "가격도 올랐지만 물건이 없다. 필름 없이 정식을 하면 잡초가 무성해지고 토양 수분도 증발해버려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참깨뿐 아니라 고추, 토마토, 가지 등 5월부터 노지에 심는 대다수의 작물에는 비닐 없이는 사실상 농사가 불가능하다.

필름의 주원료는 폴리에틸렌(PE)이다. PE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로 만들어지는데,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면이 지속되면서 공급망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가격은 이달 초 배럴당 137.2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위기가 고조되기 직전인 지난 2월 27일(배럴당 68.87달러) 대비 두배 가까이 폭등한 수치다.

밭에서 일하던 유남규(86·임실군)씨가 하소연했다.

고추와 메주콩 등을 재배하는 그는 다행히 미리 확보해둔 필름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름에 빠져들었다.

유씨는 "수십 년 단골인 판매장에서 열흘 전쯤 '물량 있을 때 빨리 가져가라'고 해서 필름 4통을 미리 샀다"며 "지난해에 남은 것까지 끌어모아 밭에 겨우 필름을 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주 쓰는 21복합비료도 최근 20㎏ 1포대에 650원이나 올랐다"며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전쟁이 길어져 가격이 계속 뛰면 농민들의 손해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소 비료 요소 비료

(고양=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요소와 인산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며 화학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고양 한 농자재 센터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2026.3.10 ksm7976@yna.co.kr

전쟁의 여파로 필름 외에 시설 원예용 양액비료(수용성 비료)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인근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물에 희석해 쓰는 양액비료는 가격이 전보다 2배는 뛴 것 같다"며 "한 통을 희석해도 열흘이면 다 쓰는데, 앞으로 점점 구하기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룟값과 면세유 가격은 인상되는데 농산물 시세는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진 품목도 있다"며 "농가 부담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 현장에서는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북의 한 농협 자재센터 관계자는 "연초에 연간 비료 가격을 정하는 구조라 전쟁 전후 가격 변동이 크진 않다"면서도 "다만 분쟁이 장기화하면 분기별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닐과 양액비료의 재고가 달리는 상황에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구매하는 농민들도 있어 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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