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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수장이 내게 굽히러 전화하다니”
트럼프는 게시글에서 “1기 임기 초에 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직 대통령인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꽤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쿡과의 첫 인연을 회고했다. 이어 그는 “와, 애플 수장이 전화를 해오다니. ‘내 엉덩이에 키스하러 전화한 건가’ 싶어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적었다. 직설적인 표현이었지만,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방증하는 사례로 자랑스럽게 서술했다.
쿡의 공들인 관계 관리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스마트폰·컴퓨터·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를 발표했을 때 애플은 핵심 제품 면제를 확보했다. 트럼프 본인도 “내가 팀 쿡을 도왔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에는 쿡이 트럼프에게 ‘미국산(Made in U.S.A.)’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24캐럿 금·유리 조각상을 선물하며 미국 내 제조업 추가 투자 1000억 달러(약 148조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5년 동안 팀(쿡)은 너무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내게 전화했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그를 도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3~4번의 큰 도움 이후 그가 뛰어난 리더라고 주변에 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의 ‘충성 경쟁’
쿡의 전략은 실리콘밸리 전반으로 확산됐다. 아마존·구글·메타 수장들은 트럼프 1·2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고, 수백만 달러를 취임식 기금에 쏟아부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재선 캠프에 2억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를 맡았다.
지난해 9월 백악관 테크 CEO 만찬에서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트럼프를 칭찬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한 말이 그대로 포착되는 이른바 ‘핫마이크’ 상황에서 “어떤 숫자를 원하시는지 몰랐다”며 자사의 미국 투자 계획 발표를 트럼프에게 사실상 조율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저커버그는 이후 “2028년 이후에도 더 많은 투자를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인텔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립부 탄 인텔 CEO가 중국 관련 의혹으로 사임 압박을 받던 중 직접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고, 트럼프는 곧 그를 “성공”이라고 치켜세웠다. 이후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 지원금 등을 통해 인텔 지분 10%를 89억 달러에 인수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바이든 캠프 지지자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뒤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발표 현장마다 트럼프 옆에 섰다. 그는 미 국방부의 기밀 환경에 AI 시스템을 배치하는 계약도 따냈는데, 경쟁사 앤스로픽이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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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정치, 이제 표준이 됐다”
미디어 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파라마운트는 ‘60분(60 Minutes)’ 인터뷰 편집 관련 소송에서 트럼프에게 1600만 달러를 지급하며 합의했고, ABC는 명예훼손 소송 합의금으로 1500만 달러를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브레넌 센터 포 저스티스의 다니엘 와이너 선거·정부 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트럼프의 게시글이 그의 노골적으로 거래적이고 인물 중심적인 통치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막강한 기업의 CEO들이 그에게 전화해 경의를 표하고, 그 대가로 혜택을 받는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겠지만,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이상으로 칭송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쿡은 오는 9월 1일 공식 퇴임하며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긴다. 쿡은 이후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 애플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쿡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을 포함한 일부 업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쿡이 쌓아온 ‘관계 관리’의 노하우가 애플의 자산으로 남는다는 의미다.
이같은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트럼프 2기가 끝나고 새 행정부가 출범하든, 현 기조가 이어지든,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관계는 이미 새로운 방정식으로 재편됐다는 평가다. 기업 총수들의 워싱턴 행보가 단순한 로비를 넘어 ‘최고경영자의 핵심 역량’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전반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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