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종전협상 변수는 이란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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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종전협상 변수는 이란 내분

연합뉴스 2026-04-22 09:58: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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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파 정부와 강경파 군부, 엇갈린 행보로 혼선…협상 신뢰도 저하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이 이란과 휴전 연장을 선언하면서 이란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종전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경제 전체에 악재를 드리운 전쟁이 끝날지, 아니면 이란 유정 타격이라는 극단적 확전으로 번질지 갈림길에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현재로선 협상이 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쟁 수행 능력을 크게 상실한 데다 유정 파괴 시 국가 경제가 붕괴하는 이란이 현실적으로 불리한 만큼, 결국 미국의 핵심 요구가 받아들여진 상태에서 종전 서명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여전히 적지 않다.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EPA·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종전이 지연되는 건 이란 내부 상황 탓이 크다. 이란의 국가 지휘 체계가 온전히 일원화되지 못한 혼선이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란은 전쟁 이전 평시에도 현대 국가로선 비정상적 체제였다.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 의회, 사법부까지 3부 구조를 갖췄지만, 이는 형식적일 뿐 실권은 '신의 대리인'인 최고 종교 지도자에 있다. 군부 역시 정규군이 있지만, 정권 보위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더 막강한 전력과 권한을 갖는 이원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의 핵심 지휘관들이 잇달아 제거되며 혼란이 더 극심해졌고, 이는 종전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은 협상 국면에서 여러 차례 불거졌다. 이란 정부가 공표한 약속을 혁명수비대가 부인하거나 뒤집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혁명수비대 안에서도 영관급 지휘관들이 돌발 행동으로 협상에 악영향을 주는 등 명령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을 발표해 유가 폭락을 끌어냈으나, 불과 하루 만에 혁명수비대가 인도 국적 유조선 등 상업용 선박들을 공격하고 봉쇄령을 재확인하며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외무장관의 해협 개방 약속에도 혁명수비대 일선 간부들은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요구하며 위협했다. 임시 휴전 발표 직후엔 이란 정부가 협상 진척에 몰두할 때 혁명수비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기업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란 국가 지휘 체계의 엇박자와 내분 양상은 이란 정부가 공식 약속을 해도 군부가 깰 것이란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유정 타격 위협 같은 강경 대처를 야기하는 역효과도 낳았다. 특히 인도와 같은 제3국 선박을 공격한 혁명수비대는 스스로 '해적 집단'으로 격하될 여지와 미국의 역봉쇄를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했다. 외교 신인도 하락과 국제적 고립도 자초하고 있다. 이란의 엇갈린 목소리와 불안정한 행보는 무엇보다 협상에서 유의미한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키웠다.

이란은 국가 권력이 이원화되고 온건파와 강경파가 내부에서 충돌하는 데다, 급조된 새 지휘부가 일선의 강경파 영관급 장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권력 진공 현상마저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패망 직전의 일본 군국주의의 데자뷔 같다. 미국의 도쿄 대공습과 두 차례 원폭 투하로 일본은 항거 불능 상태에 몰렸지만, 군부 강경파는 항복하더라도 천황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결사 항전을 고집했다. 심지어 일부 영관급 장교들은 항복 선언을 막고자 천황을 유폐하려 쿠데타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천황이 '신'이었던 일본 제국주의 군부와 현재 이란 신정을 옹위하는 혁명수비대는 국가와 국민보다 체제를 더 중요시하는 닮은 꼴이다.

훈련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원들 훈련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원들

혁명수비대가 서아시아뉴스통신을 통해 제공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결국 종전 협상 성패는 미국의 의지보다 협상파 행정부와 강경파 군부가 맞선 이란의 내분 양상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달린 형국이다. 이란 정부는 유정 파괴 시 실질적인 국가 붕괴를 우려하고 있지만, 혁명수비대는 유정 상실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체제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신정체제 붕괴 시 막대한 이권 상실은 물론 혁명수비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급변하는 이란 정세 속 파워 게임에서 정부가 군부를 적절히 누를 수 있을지가 유정이 불타는 파국을 막아낼 관건이 될 듯하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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