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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관리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던 영역이 조직 생산성과 이직, 결근 등 경영 요소와 연결되면서, 기업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직장에서 직원의 심리 상담과 생활 문제를 지원하는 제도인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의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APEAR 2026에서는 AI 확산을 계기로 EAP의 기능과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전망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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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AR 2026에서 AI 기반 EAP 변화와 미래를 논의하는 글로벌 전문가들. (왼쪽부터) 카오루 이치카와 APEAR 이사회 의장, 줄리 스워츠 EAPA 대표, 레온 C.K. 렁 마인드파이 대표, 알리제 발지 사야헬스 COO, 알렉산드루 마네스쿠 CCS 임상 총괄 /사진=㈜다인
행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EAP가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결근 감소, 이직률 관리, 업무 집중도 개선 등 기업 운영과 연결된 관리 도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APA의 줄리 스워츠 대표는 “EAP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업 생산성과 연결된 전략적 투자로 자리 잡고 있다”며 “AI 도입을 이유로 이를 단순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어, 인간 중심 서비스의 가치를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상담 이용 방식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언급됐다. APEAR 이사회 의장 카오루 이치카와는 “기술 발전으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24시간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며 “일부 이용자는 AI 상담을 먼저 경험한 뒤 EAP를 찾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EAP가 초기 상담 창구에서 더욱 전문적인 개입을 담당하는 단계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체’보다는 ‘보완’이라는 인식이 공통으로 제시됐다. MindFi의 레온 C.K. 렁 대표는 “AI는 상담을 대체하기보다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AI를 활용해 상담 전후 정보 정리, 위험도 분류, 사용자 경험 개선 등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AI 활용 확대에 대한 신중론도 함께 제기됐다. 줄리 스워츠 대표는 “AI는 사용자가 듣고 싶은 방향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어, 중독이나 우울, 자살 위험과 같은 고위험 상황에서는 적절한 개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임상 관리 측면에서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Corporate Counselling Services의 알렉산드루 마네스쿠 임상 총괄은 “임상 거버넌스와 안전 프레임워크 없이 AI를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AI와 인간 개입의 경계를 정하는 임상 프레임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AI 상담을 확대하면서 인간 상담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AI 상담 이후 EAP로 이어지는 이용 흐름이 실제로 얼마나 일반화돼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번 논의는 콘퍼런스 참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적용 수준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직장 내 상담 프로그램은 AI 확산을 계기로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단계에 있다.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과 인간 중심 상담의 역할이 어떻게 결합할지에 따라, 향후 기업의 정신건강 관리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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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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