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장특공제 손질 방침에 "장기 1주택자도 세 부담 커지나" 긴장
"고가주택 과도한 감세, '똘똘한 한 채' 부작용" VS "주거이동 막고 전월세 부담"
정부안 7월 세제개편 안에 담길 가능성…보유세 포함 후폭풍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논쟁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주택자의 장특공제 폐지나 축소는 그간 무조건 '1주택=실수요자'로 간주해 보호 대상으로 여겼던 기존 세제 정책의 방향을 손보는 것이면서, 다주택자에 비해 적용 대상자들도 많아 시장의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초부터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는 물론 '거주하지 않는 1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뿐만 아니라 보유세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장특공제 폐지가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야당의 지적을 비판하며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을 수십, 수백억원이라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것은 정의와 상식에 어긋난다"며 제도 손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장특공제의 개편을 앞두고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 37년 전 실수요자 양도세 감면 취지로 도입된 장특공제…'똘똘한 한 채' 부작용 지적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소득세법 95조에 따라 1주택자가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집을 매도할 경우 양도 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세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재는 보유기간(40%)과 거주기간(40%)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된다.
장특공제의 시초는 집값 과열기인 1988년(시행은 1989년 1월1일)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양도세율을 보유 기간별로 차등 적용하고 과세표준의 구간별 세율을 누진 체계로 변경하는 양도세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1주택자는 실수요 보호 측면에서 장특공제를 처음 도입했다.
양도세는 장기간에 걸쳐 늘어난 양도차익을 매도 시점에 한꺼번에 과세하는 구조인 데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세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결집효과(Bunching Effect)'를 방지하고, 세부담이 커 집을 팔지 못하는 매물 잠김 현상(Lock-in Effect)을 막자는 취지였다.
양도차익 중에는 단순한 물가 상승률에 따른 명목상의 이익도 포함돼 있으니 이를 공제해주자는 의미도 있었다.
이듬해 시행된 최초의 장특공제는 보유 기간이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 양도차익의 10%, 10년 이상인 경우는 양도차익의 30%를 공제해주는 방식이었다. 연 5% 한도 내에서 도매 물가상승률을 양도차익에서 공제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가 도입됐고,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장특공제를 배제했지만 1주택자의 장특공제는 유지했다.
장특공제가 80%로 확대된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자 양도세 완화 정책을 폈고, 1주택자의 장특공제에 한해 10년 보유시 연 8%씩, 최대 80%로 확대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2020년부터 1주택자 장특공제도 10년 기준 최대 80% 공제율은 유지하되 보유(40%) 외 거주(40%) 요건을 넣어 반드시 실거주해야 공제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수요 보호 장치로 여겨지던 장특공제에 대해 최근들어 문제의식이 커진 것은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양도세 감세 혜택이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심화하고, 집값을 올린다는 지적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2.5㎡의 사례를 들어 2010년 6월 12억5천만원에 취득한 주택을 2025년 6월에 매도하면서 양도차익 42억5천만원이 발생했지만 장특공제(26억6천만원) 혜택으로 인해 양도세는 고작 2억4천만원, 세부담율이 7%에 불과하다며 장특공제 폐지를 주장했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20억 양도차익, 지금도 거주 안하면 양도세 최대 5배…"거주만 장특공제 인정, 감면율도 축소 전망"
장특공제는 양도차익이 큰 주택에 대해 감세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의뢰해 장기 1주택 보유자의 장특공제 혜택을 계산해봤다.
A씨가 10년 전 7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10년 거주 뒤 15억원에 양도한다고 가정할 경우 A씨의 양도세는 348만원에 그친다. 양도차익이 8억원이지만 거주(40%)와 보유(40%)까지 80%의 최고 공제율을 적용받은 덕이다.
10년 전 20억원에 매수해 10년 거주 후 40억원에 매도한 B씨는 양도차익이 20억원인데 80% 장특공제를 받아 9천506만원의 양도세를 내면 된다.
명목상 20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지만 실제 양도세는 1억원이 안되는 것이다.
다만 지금도 장특공제의 절반은 거주 요건이 차지하고 있어 단순 보유만 해서는 장특공제를 최대로 받을 수 없다.
특히 10년 이상 보유하더라도 2년 이상 거주 사실이 없으면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아예 장특공제를 받지 못해 일반 공제(연 2%, 15년, 최대 30%)로 혜택이 축소된다.
A씨의 경우 만약 10년 보유는 했지만 거주 사실이 없다면 일반 공제(2%×10년) 20%만 받아 10년 거주 대비 3배가 넘는 3천133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같은 조건으로 양도차익이 큰 B씨는 10년 실거주 때의 5배가 넘는 4억8천63만원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현재 정부가 구상중인 장특공제 개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0명이 1주택자 장특공제 폐지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장은 "1주택자가 투기꾼이냐"며 술렁이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장특공제가 모두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X에서 "장특공제는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장기 보유했다는 사유만으로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라며 "장기거주에 대해 양도세를 깎아주는 제도는 따로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장특공제를 축소하되, 거주 중심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나 보유세가 강화되더라도 학교,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일시적 비거주 주택은 예외로 인정해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한 혜택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실수요자 보호를 포기하고 단기 매도를 부추기는 꼴이어서 '똘똘한 한 채' 때문에 장특공제를 축소할 수는 있겠지만 전면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주하지 않는 집은 투기로 보는 만큼 단순 보유에 대한 장특공제를 없애고 거주 기간만 인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이에 대해 현재 "세제개편 검토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범정부 차원에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해 보유세를 개편하는 대책을 준비중"이라면서, 장특공제에 대해 "집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그분들이 낸 세금을 월급쟁이들이 낸 세금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세제를 손질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재정경제부는 작년 10·15대책 발표 후 곧바로 보유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세제 개선에 관한 연구용역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중이다. 이르면 올해 7월 공개될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혁안'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앞서 X에서 장특공제 폐지에 대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폐지해 팔 기회를 주면 (매물 잠김이) 해결될 것", "투자·투기용 부동산의 보유 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면 버틸수록 손실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뿐만 아니라 보유세 부담 강화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단계적 폐지기간 동안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은 늘어날 수 있지만 세금이 강화된 후에는 1주택자의 주거 상향 이동이 힘들고, 보유 주택을 임대주고 외곽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생계형 비거주자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마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와 중개수수료와 이사비, 신규 주택 취득세 부담이 큰 데 대출까지 막혀 있어서 지금도 집을 판 돈으로 동일 지역 내 수평 이동이 쉽지 않다"며 "장특공제 혜택이 축소되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줄어 집을 자주 사고팔기보다는, 세부담 때문에 거래가 동결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전월세 물건 감소로 인한 임대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나 다주택·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실거주 중심의 정책이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세 물건 감소와 월세 상승 등 임대시장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주택 신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아파트 신축이나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공급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