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한복판에서 10년 넘게 운영된 대규모 짝퉁 명품 비밀 매장이 적발됐다.
일반 가방진열로 위장된 비밀 창고 외부 /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동대문 핵심 상권 건물 한 층을 장기간 장악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위조상품을 판매해 온 일당 2명을 적발해 지난 16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건물 한 층 장악한 ‘짝퉁 비밀매장’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단속으로 압수된 물량은 총 1649점으로 정품 기준 약 72억 원 상당에 달한다. 서울시 위조상품 수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가방 868점, 지갑 653점, 시계 128점 등 대부분이 이른바 ‘미러급’으로 불리는 최상위 위조품으로 확인됐다. 외형과 품질이 정품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수준이다.
일당은 약 10년간 대형 쇼핑몰 건물 한 층 대부분을 점유해 사실상 독점 매장을 운영해 왔다. 일반 고객 접근은 어렵게 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관광 가이드와 연계해 단체 구매를 유도하며 대량 판매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어로 된 명품가방 소개 잡지 진열 모습 1200
매장 운영 방식도 치밀했다. 내부에는 외국어로 된 명품 잡지를 비치해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의사를 확인하거나 서로를 식별하는 은밀한 암호처럼 활용했다. 외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장 안팎에 10여 대의 CCTV를 설치해 출입을 통제했고, 물량은 여러 개의 비밀 창고에 나눠 보관했다. 일부 위조품은 별도 주거지에 숨겨 단속이 벌어져도 전체 재고가 한 번에 드러나지 않도록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압수수색·포렌식…6개월 추적 끝에 덜미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약 6개월간 잠복과 추적을 이어갔다. 수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디지털 포렌식 전문 인력을 투입해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매장 내부뿐 아니라 외부 창고와 주거지에 분산 은닉된 위조품까지 추가로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는 유명 브랜드 상표권자 측 관계자도 참여하는 등 강도 높은 공조 수사도 이뤄졌다.
특히 이들은 수사기관 동향과 언론 보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내국인 대상 판매를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속망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만 거래를 이어가며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셈이다. 검거된 일당은 과거에도 상표법 위반 전력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조상품을 유통하거나 판매, 보관하는 행위는 상표법 위반에 해당한다. 상표법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압수된 물품 전체 진열 장면 1200 676
K-브랜드까지 노린 짝퉁 범죄…국경 넘는 유통도 기승
이번 사건은 동대문 관광 상권 안에서 벌어진 기업형 짝퉁 유통의 실태를 드러낸 사례이지만, 위조상품 문제가 특정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관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단속 결과를 보면 짝퉁 유통은 이미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범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관세청은 2025년 한 해 동안 국경 단계에서 국내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위조 물품 11만 7000점을 적발했다고 지난 1월 밝혔다. 한류 확산과 함께 국내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자 이를 모방한 짝퉁 제품이 해외에서 대량 생산돼 국내외 시장으로 유입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발된 위조 물품은 일반 화물뿐 아니라 특송 화물에서도 고르게 나왔다. 관세청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해외 직접구매 증가로 소량 화물 형태를 띤 위조품 유통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송국별로는 중국이 97.7%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고 베트남이 2.2%로 뒤를 이었다.
2025년 케이(K)-브랜드 위조물품 적발 통계자료 / 관세청 제공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가방이나 의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화장품과 완구, 문구류 등 생활 밀착형 소비재로 위조 대상이 넓어지는 추세다. 관세청 단속에서는 화장품류가 36%로 가장 많았고 완구·문구류가 33%를 차지했다. 설화수 같은 화장품 브랜드나 카카오 캐릭터 상품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국내 브랜드가 주요 표적이 됐다. K-브랜드 인기를 노린 짝퉁이 온라인과 특송, 관광 상권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이번 동대문 비밀 매장 적발은 단순한 지역 사건을 넘어, 짝퉁 유통이 오프라인 관광 상권에서도 여전히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서울시가 적발한 위조품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미러급’ 명품 짝퉁 중심이었다면, 관세청 단속은 K-브랜드를 노린 생활형 위조품이 국경 단계에서 대량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통 경로는 다르지만 위조상품 시장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조상품 유통 범죄에 대한 대응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습적인 상표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고 위조상품 근절에 수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짝퉁 보관 밀실 내부 모습
변경옥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위조상품 범죄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범죄”라며 “앞으로도 위조상품 유통 행위에 대해 강력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 제보도 당부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대 2억 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더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바뀌는 위조상품 판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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